[기자수첩]'스톱앤고 악몽' 부르는 美 인플레 목표 상향론

"2%는 우리의 인플레이션 목표이고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4~26일 열린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목표치 상향 주장을 이 한마디로 일축했다. 잭슨홀 미팅에 앞서 미국에선 학계를 중심으로 현재 2%로 설정된 목표 물가를 3%로 바꾸자는 논란이 번졌다. 과도한 긴축으로 경착륙이 우려되니 물가 목표치 자체를 올려 긴축을 중단해 버리자는 것이다.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더 큰 대가를 수반하는 물가 목표 상향 논란을 종결시켰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한 통화당국이 전투 도중 갑자기 목표를 수정한다면, 경착륙보다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첫째, 물가가 다시 뛸 수 있다. 지난 1년여간 Fed가 고강도 긴축을 통해 미국의 소비자물가를 지난달 3.2%로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이런 변화는 물가 상승을 다시 부채질 할 수 있다. Fed가 물가 목표치를 상향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뛰고, 실질금리가 하락해 경기를 다시 자극한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소비자물가는 아직 4.7%를 기록하고 있다. Fed 목표치를 크게 상회한다. 이에 더해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까지 반등하는 등 전쟁터 곳곳이 지뢰밭이다.

또 다른 이유로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목표치가 유동적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나중엔 3.5%, 4%는 왜 안되느냐는 의견이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각국은 미국과 같이 목표치를 맞추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고 국내 물가 역시 반등, 그 부담은 국민이 지게 된다. 미국의 물가 목표 수정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미 교역 상대국도 잇따라 통화가치 평가절하에 나설 공산이 크다. 수출을 늘리겠다고 원화가치를 절하하자니 외국인 투자금 유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게임 중간에 규칙을 바꿔선 안된다"고 했다. 물가 목표치 상향 조정은 물가 잡기가 끝난 이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다. Fed는 1970년대 기준금리를 올렸다(Go) 내렸다(Stop) 하면서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고, 1980년대 기준금리를 무려 연 20%까지 올린 경험이 있다. 40여년 전 '스톱앤고(Stop and Go)' 악몽을 잊어선 안될 때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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