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기자
신규 관광시설물 중에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단연 출렁다리입니다. 한동안 지방자치단체마다 출렁다리 건설 붐이 일기도 했습니다. 몇 해가 흘렀지만, 출렁다리의 인기는 여전한가 봅니다. 최근 경기도 가평 운악산에 출렁다리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설치하자마자 가평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했습니다. 경기도 가평과 포천의 경계에 있는 운악산(해발 935m)은 예로부터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산세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경기 5대 악산 중 하나로 가파른 암석이 많아 오르는게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만나는 전망은 힘든 산행을 잊게 해줍니다. 그런 악산의 출렁다리에서 바라 보는 풍경은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따끈따끈한 신상여행지를 찾아 가평으로 가봅니다.
운악산이란 이름은 망경대를 중심으로 높이 솟구친 암봉들이 구름을 뚫을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 아래에 있는 현등사의 이름을 빌려 현등산이라고도 한다. 산이 크지는 않지만 경사가 급하고 산세가 험하다.
이곳에는 예부터 운악팔경으로 불리는 명소들이 있다. 제1경은 등산로 중턱에 있는 백 년 폭포다. 백년 동안 변함없이 흐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2경은 소의 물이 복더위 중에도 얼음같이 차다고 하는 다락터 오랑캐소이며, 제3경은 눈썹바위, 제4경은 코끼리바위, 제5경은 망경대다. 제6경은 무우폭포에 있는 민영환 암각서, 제7경은 큰골내치기 암벽, 제8경은 하판리 노채계곡에 있는 노채애기소다.
산행의 들머리는 대체로 가평군 하면 하판리에서 출발하는 2개소와 포천군 운주사 입구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이 가운데 하판리 출발점은 두 개다. 1코스는 현등사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 눈썹바위~미륵바위~운악산 동봉에 오르는데 산행거리는 약 3.5km로, 3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현등사 입구에서 백년폭포~현등사~절고개를 경유해 운악산 동봉 정상에 오르는 2코스는 산행거리는 약 4.7km로다. 최근 2코스에 변화가 생겼다. 현등사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출렁다리를 경유해 산행코스가 바뀌었다. 가평의 핫플인 출렁다리를 빼놓고 산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행을 시작한다. 매표소 입구에서 1㎞에 걸쳐 펼쳐지는 푸른 소나무 숲이 청량하다. 소나무 숲이 끝나면 떡갈나무 숲이 장관을 이룬다. 산중턱에 있는 현등사까지 가는 길은 오르막 포장도로다.
산길따라 왼쪽에는 운악계곡이 흐른다. 운악계곡은 힘차거나 거창하지 않으며 투박하지도 않다. 대신 정교하다. 석공이 다듬어 놓은 듯 정밀한 아름다움이 있다. 계곡 전체가 마치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진 듯 물의 흐름따라 바위도 따라 흐른다.
오르는 길에 백년폭포와 무우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이 폭포들은 천둥처럼 떨어지거나 까마득히 먼 하늘에서 물줄기가 실타래처럼 풀어지며 흐르는 폭포는 아니다. 그냥 작고 소박하다. 흐르는 물이 바위를 타고 내려가 떨어지면서 아래는 맑은 못을 이루고 있는 다정한 폭포다.
주차장에서 1km여 올랐는데 땀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저 앞에 현등사가 400여m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여기서 왼쪽 나무계단쪽으로 오르면 출렁다리로 이어진다.
잠깐 계단을 오르기 전 현등사에 대해 알아보자. 현등사는 가파른 산등성이 위에 여러층의 돌담을 쌓아 공간을 만든 뒤 그 위에 지은 절이다. 신라 법흥왕(514년) 때 불법의 진수를 전하기 위해 목숨 걸고 동방으로 찾아온 인도승 마라하미(摩羅訶彌)를 위해 왕이 지어주었다고 전해졌지만 이후 폐허가 되었다.
지금의 현등사는 고려 희종때 보조국사 지눌이 산속에서 환한 광채가 나 올라가 보니 절터에 있는 석등에 빛이 환하여 절을 중건하고 현등사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온다. 현등은 '부처의 가르침을 드러낸다'는 뜻도 담고 있다.
출렁다리 계단을 오른다. 숨 한번 크게 쉬고 오를 수 있는 높이다. 허벅지가 살짝 팍팍해질때쯤 출렁다리 입구에 다다른다. 운악산 중턱 계곡을 가로질러 길이 210m, 폭 1.5m, 높이 50m 규모로 만들어진 출렁다리는 양쪽에 전망대를 설치했다.
한발 한발 걸을때마다 다리가 흔들린다. 심하게 흔들리는 출렁다리는 아니지만 짜릿함은 다리를 건너는 내내 이어진다. 여기에 더 아찔하게 만드는것이 있다. 바로 출렁다리의 바닥이 숭숭 뚫린 격자형 강철 소재다. 구멍 뚫린 바닥을 지날때마다 오금이 저려온다.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한 발 내딛기가 쉽지 않겠다. 50m 높이 다리위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압권이다.
다리를 걷는 왼쪽으로 운악산의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모습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가평 일대의 높고 낮은 산들이 첩첩이어진다.
당초 이 다리는 유료로 운영하는 것으로 추진했으나 가평군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요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해 무료로 찾을 수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운악산 등산로가 펼쳐진다. 출렁다리 구경이 목적이라면 이쯤에서 돌아서도 아쉬움은 없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되면 운악산 산행도 추천한다. 정상을 향하는 동안 내내 거대한 바위와 가파른 돌길과 한낮에도 어둡게 느껴질 짙은 나무 숲을 뚫고 지나가게 된다.
중간에 만나는 병풍바위와 미륵바위는 절경이다. 직립하여 서있는 쇠사다리를 올라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코스지만 정상에 오르면 바위로 된 정상은 사방이 탁 트여 통쾌함이 다른 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주봉인 망경대를 중심으로 우람한 바위들이 봉우리마다 구름을 뚫고 솟아 있는 모습은 볼거리 중 볼거리다.
산행을 마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산아래 식당에서 즐기는 먹거리다. 산입구 주차장 부근에는 오래된 두부집들이 여럿 있다. 두부전골, 두부부침, 순두부, 콩비지 등 가평에서 나는 국산 콩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이 맛나다. 여기에 가평 특산물인 잣 막걸리라도 한잔 곁들이면 운악산 출렁다리를 찾은 여행길이 엄지척으로 마무리 될 수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서울에서 출발하면 구리IC를 지나 경춘국도로 들어서 대성리역, 청평역을 지나 하천교차로에서 일동, 현리 방면 이어 원흥교차로에서 운악산 방면으로 우회전해서 현등사로 가면 된다. 네비게이션에는 현등사나 운악산출렁다리로 검색하면 된다.
△볼거리=자라섬, 아침고요수목원, 호명호수, 쁘띠프랑스, 가평양떼목장, 대성리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특히 가평에는 곳곳에 오토캠핑장을 비롯해 야영장 등이 많아 캠핑여행지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