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 강제징용 판결금 공탁에 제동…'당사자가 거부 의사'

재판부 "손배 제도 취지·기능 몰각시킬 염려"

법원이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금 제3자 변제에 제동을 걸었다. 정부가 법원 공탁관의 공탁 불수리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했지만 이마저 기각한 것이다. 법원은 강제징용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보였기에 제3자 변제는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7월11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열린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고 정창희 할아버지 장남 정종건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5일 전주지법 민사12단독 강동극 판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의 공탁 불수리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신청인은 재단이고 채무자는 일본 피고 기업, 채권자는 고(故) 박해옥 할머니의 자녀 2명이다.

재판부는 민법 제496조를 근거로 들어 이의신청을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496조에 따르면 채무 변제와 관련해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제3자가 변제할 수 없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채무자가 배상해야 할 손해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라며 "채무자에게 제재를 부과함과 동시에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현저히 큰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단은 이 사건과 이해관계가 없으니 재단과 박 할머니 유족 측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피해자 측 의사를 우선해야 한다"며 "채권자가 명시적으로 반대하는데도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 변제를 허용하면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와 기능을 몰각시킬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할머니 유족 측은 공탁서를 통해 제3자 변제에 관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있다"며 "채무자에게 배상책임을 직접 추궁할 수 있는 법률상 지위나 권한을 제3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전주지법 이외 광주지법, 수원지법 등에서 이의신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전주지법 공탁관은 "피공탁자인 유족의 명백한 반대 의사를 들었다"며 재단이 박 할머니 유족 2명을 상대로 신청한 공탁을 불수리 결정했다.

사회부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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