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륙하자 약해진 태풍…'복잡한 지형에 힘 빠져'

"한반도 지형과 마찰하며 회전력 상실"
"강한 비구름 여전…긴장 늦춰선 안 돼"

제6호 태풍 '카눈'이 강도 '강'을 유지한 채 한반도를 휩쓸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10일 오후를 기점으로 점차 세력이 약화하면서 소멸 예상 시점도 단축됐다. 전문가는 한반도의 복잡한 지형이 카눈의 위력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상황실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가 태풍 카눈의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날 오후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 카눈 위력이 중간 정도에서 조금씩 약화하고 있다"라며 "세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태풍의 힘이 약화한 이유에 대해 박 분석관은 "태풍의 에너지원은 따뜻한 바닷물인데, 우리나라 내륙을 한참 통과하는 상황이라 바다로부터 열을 받지 못했다"라며 "또 우리나라는 지형이 복잡해 태풍의 마찰이 커진다. 회전력을 유지하려면 마찰이 적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각종 시설물들이 강한 바람에 대비해 미리 눕혀져 있다.[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그러나 태풍이 예상보다 약한 상태로 북상했다고 해도, 방심할 수는 없다는 게 박 분석관의 지적이다.

그는 "여전히 강한 비구름대가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라며 "남부지방은 비구름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중부지방, 특히 서울과 서부, 강원 영동 산지는 강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 했다.

기상청은 11일까지 △서울·인천·경기도 서해 5도 지역에 30~80㎜, △강원 영동 50~150㎜, △북부 동해안 250㎜ △강원도 10~1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한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에 태풍 대비를 위한 출입통제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한반도를 동서로 나누며 종단한 카눈의 경로는 과거 사례와 비교했을 때 매우 특이한 움직임이다.

박 분석관은 "한반도를 남쪽에서부터 가장 긴 경로로 종단하는 태풍은 처음"이라며 "이런 기압계가 만들어줄 수 있는 여러 조건들이 만족해서 이런 경로가 나타났고, 과거 기록을 살펴봐도 이런 진로를 갖는 태풍은 없는 상황이라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카눈은 11일 새벽 수도권을 벗어났다. 다만 이날 오전까지 수도권 및 강원도를 비롯한 중부지방에는 계속 비가 내릴 전망이다. 카눈은 오전 9시 북한 평양 남쪽 약 30㎞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소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슈2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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