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특사·정상회의…빽빽한 尹의 휴가노트

집중호우 대처로 백지화됐으나 장마 끝나며 변경
지난해 '자택 휴식'→올해 '정국 구상'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첫째 주 여름휴가에 돌입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여름휴가에서 2차 개각, 광복절 특별사면, 한미일 정상회담 등 중요 일정을 앞둔 상황이라서 휴식보다는 정국 구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실 참모들은 3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 및 참모진 휴가 일정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주 대통령실 참모진들에게 휴가 계획을 세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비서관을 제외한 일부 비서관들은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휴가에 돌입한 상황이다.

당초 윤 대통령은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지속되면서 휴가를 백지화했지만, 장마철이 끝나고 정부가 '사후대책'에 집중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짧게라도 가자는 분위기로 선회한 것이다.

피해 복구·긴급재난지역 우선 선포·궁평지하차도 참사 관련 조사도 이뤄지는 등 후속조치 등 수해와 관련한 급한 불이 정리되면서 휴가를 독려했다는 취지다.

또한 윤 대통령이 휴가를 결정해야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에서도 재충전을 위한 휴가를 쓰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고, 이는 내수경제 활성화에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여름휴가와는 다른 방식의 휴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1일부터 5일간 여름휴가 당시 경남 거제시 저도 등 지방 휴양지와 민생 현장을 찾으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서초동 사저에서 머물며 부인 김건희 여사와 연극을 관람하는 등 휴식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2차 개각과 광복절 특사, 이달 18일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의 등 중요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서 사실상 휴가라기보다는 하반기 국정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숙고의 시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2차 개각과 관련해서는 윤 대통령에게 탈원전·연구개발(R&D)·치수(治水) 관련 지적을 각각 받아온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장관의 교체가 거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 4월에 있을 총선과 관련해 대통령실 참모 중 교체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휴가 기간 중 윤 대통령은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도 최종 검토할 예정이다. 사면 대상으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정·재계 인사가 거론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와 관련된 의제도 꼼꼼히 살피고 있다. 한미일 정상이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별도로 만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그간 사용하던 정상회담이라는 명칭도 정상회의로 변경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외교의 장'으로 활용한 캠프 데이비드에 처음으로 한일 정상을 초대한 만큼 지난해 11월 포괄적 공동성명인 프놈펜 성명에 버금가는 공동성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정치부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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