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X파일]대구·광주, 총선 몰빵론…아찔한 반전

(28)與野 영호남 정치텃밭, 총선 금맥 인식
1996년 신한국당, 2016년 민주당 참패
‘공천 파동=패배 지름길’ 총선 등식 형성

편집자주‘정치X파일’은 한국 정치의 선거 결과와 사건·사고에 기록된 ‘역대급 사연’을 전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지역정치가 극심할 당시 총선 예상 의석 전망은 비교적 수월했다. 영남은 보수정당의 명맥을 이어온 정당, 호남은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쪽 계열 정당이 대부분 가져가고, 충청과 강원·제주는 절반씩 가져간다고 가정한다.

그렇게 된다면 수도권 의석 차이가 전체 의석을 좌우한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영남이 호남보다 기본적으로 배정된 의석이 많기 때문에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선전해야 목표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보수정당은 수도권에서 ‘기본’만 해도 원내 제1당을 차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총선 때마다 수도권을 놓고 대격돌이 이어진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그러나 맹위를 떨치던 지역 정치 영향력은 점차 약화했다. 수도권도 예전처럼 민주당 강세 지역이 아니다. 영남과 호남 역시 특정 정당 ‘총선 몰빵론’의 근거가 약화하는 양상이다. 그런데도 최후의 보루처럼 인식되는 지역이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구, 민주당 입장에서는 광주다. 각각 영남과 호남을 대표하는 도시이자 정치 텃밭 중 텃밭이다. 실제로 가장 최근 총선인 2020년 제21대 총선의 결과를 보면 양당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에 배정된 12개 의석 가운데 11개 의석을 석권했다. 민주당은 광주에 배정된 8개 의석 가운데 8개 의석을 석권했다. 대구와 광주는 양당의 총선 금맥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래통합당이 부산에서 18개 의석 중 3석을 민주당에 내준 것과 달리 대구는 민주당 입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광주 역시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난공불락이었다.

이런 총선 결과는 대구와 광주가 총선에서 특정 정당에 금배지를 몰아주는 지역, 다시 말해 ‘총선 몰빵론’의 진원지로 인식되는 원인이다.

2020년 4월15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만촌 인라인 롤러스케이트장에 마련된 4.15 총선 개표소에서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렇다면 실제 총선에서 대구와 광주는 특정 정당이 연전연승을 거둔 총선 금맥의 토대였을까.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제15대 총선. 당시 집권여당인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보다 지역구에서 두 배 많은 의석을 얻을 정도로 여유 있게 총선 1당을 차지했다.

부산에 배정된 21개 의석 가운데 21개 의석을 싹쓸이할 정도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신한국당은 보수정치의 핵심 근거지인 대구에서 참패를 경험했다. 대구에 배정된 13개 의석 가운데 단 2개 의석만 획득했다.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대구에서 8석을 얻으며 지역 1당의 지위를 획득했고, 무소속도 신한국당보다는 많은 3석의 의석을 차지했다. 보수정치의 본류를 자처하는 정당이 대구에서 거둔 최악의 총선 결과물이다.

2020년 4월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G체크인 카운터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소가 설치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그나마 신한국당은 아쉽기는 하지만 의석을 얻기는 했다. 2016년 민주당이 광주에서 경험한 현실은 더 처참하다. 2016년 제20대 총선 역시 민주당은 원내 제1당이 됐다. 총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도 있었겠지만, 광주의 총선 소식은 간담이 서늘한 내용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광주에 배정된 8석 가운데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 채 0석의 굴욕을 경험해야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광주에서 8석을 석권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민주당 총선 역사상 광주에서 거둔 최악의 선거 결과였다.

1996년 신한국당과 2016년 민주당이 각각 대구와 광주에서 경험한 참패의 공통점은 공천 잡음이다. 공천을 둘러싼 당내 혼란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번지면서 쓰라린 선거 결과를 경험했다. 대구와 광주처럼 정치 텃밭이라고 인식되던 곳도 예외는 아니다.

총선 금맥으로 인식됐던 정치 텃밭에서 균열이 일어나 패배를 안겨준다면 그 충격파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내년 4월10일 제22대 총선에서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슈1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