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금융톡]자격증 따고 PT면접 보는 행원들…은행권 IB열풍

금융 전문성 원하는 젊은 행원들 주축
M&A 등 ‘빅딜’ 경험, 금전적 보상·명성도 얻어

# 한 시중은행 기업영업 부서에서 3년째 근무 중인 한 20대 은행원은 투자금융(IB) 부서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퇴근 후 스터디카페 정기권까지 끊어가며 공부한 끝에 지난달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조만간 사내 IB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 은행의 올 하반기 정기 인사 때 IB 부서 지망자가 몰렸다. 서류심사와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통과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요즘 은행원들 사이에서 IB 직무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IB는 기업 간 인수합병(M&A)이나 부동산 개발처럼 큰돈을 굴리는 분야의 매수·매매 중개를 하는 직무다.

IB 업무 원해요…스펙 쌓기 열공

사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IB 직무 관련 스펙 쌓기에도 불이 붙고 있다. 시중은행에 다니는 은행원은 "국제재무분석사, 투자자산운용사, 신용분석사 같은 고급 금융 자격증을 준비하는 동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며 "은행에서 자체·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는 IB 관련 연수·교육 프로그램 참여율도 높다"고 했다. KB국민·신한· 대구은행 등 다수 은행이 IB 부서원을 뽑을 때 공인회계사나 국제재무분석사 같은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 혹은 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를 우대하고 있다.

은행권 IB 열풍은 금융 커리어를 개발하려는 젊은 행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창구에서 개인, 법인을 대상으로 대출·카드 상품 등을 판매하는 소매금융과 달리 자금 운용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험을 쌓으면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받는다. 실적에 따른 개인별 인센티브처럼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을뿐더러 IB 시장에서 몸값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IB에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전문성을 쌓은 후 자산운용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IB는 디지털로 대체 어렵다는 것도 강점

은행권에서 IB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0년 후반부터다. 저금리 환경에서 이자 이익을 올리지 못하던 은행들이 당시 대규모 딜 성공 사례를 지켜보며 M&A 같은 대체투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같은 세계 유명 IB의 비즈니스 모델도 참고했다. IB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전통적인 수익 기반인 이자 이익에서 벗어나 비이자이익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IB 업무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소매 금융 업무는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지만, IB는 여전히 ‘사람 대 사람’의 영역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리테일 인력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기업금융은 시스템으로만 처리할 수 없는 분야고 사람 간 소통과 판단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이 분야 인력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경제금융부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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