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동우기자
A씨는 지난해 직장을 퇴사하고 89세 노모를 병간호 중이다. 2년 전 하루 9만~10만원 수준이었던 간병비가 올해 들어 날로 치솟자 비용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직접 돌보기로 하면서다. 현재 간병비는 하루 약 13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A씨는 "한 달 월급보다 간병비가 더 많이 들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파른 물가 및 인건비 상승 여파로 간병비가 2개월 연속 1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간병도우미료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7.03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4% 증가했다. 이는 소비자물가 통계에 해당 지수를 편입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역대 최고치이자 지난 4월(11.7%)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 폭이 10%를 넘은 것이다.
간병비 상승 폭은 2021년 1월 전년 동월 대비 4.4%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6월 8.6%로 치솟았다. 같은 해 9월(9.0%)에는 상승률이 처음으로 9%대로 진입한 후 올해 1월(9.4%), 2월(8.5%), 3월(9.8%)에 이어 지난달부터 두 자릿수로 뛰었다.
최근 간병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배경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5%대 고물가가 지속한 탓에 인건비가 크게 늘어나면서다. 교통비와 식사비 및 최저임금 인상 등 주요 인건비 상승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간병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 증가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대 간호대학 이진선 교수의 '사적 간병비 규모 추계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정책적 시사점' 논문에 따르면 사적 간병비는 2008년 3조6550억원에서 2018년 8조240억원으로 10년간 2.2배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사적 간병비는 10조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했다.
간병비가 치솟으면서 환자 돌봄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가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병인을 쓴 경험이 있는 국민 가운데 96%가 하루 10만원 안팎의 간병비를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본인 또는 가족이 입원했을 때 간병을 경험한 국민은 2명 중 1명 수준인 53.4%로 나타났는데 그만큼 간병인 고용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으나 비용 부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 상승 여파가 지속하면서 가사도우미, 간병도우미 등 인건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화 추세, 최저임금 인상 여부 등을 고려하면 증가 추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를 통한 간병 도우미의 대체 수요를 맞추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