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암기하는 역사 공부 끝났다…변화 맥락 읽어야”

“역사는 단순 과거 공부가 아니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아는 것이다.”

‘사피엔스’로 잘 알려진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19일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멈출 수 없는 우리’(김영사) 출간기자간담회에서 바로 된 역사 이해를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아동·청소년 도서를 선보인 그는 “지금까지의 역사는 정보를 가르쳤지만, 이젠 연도, 사건,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정보가 사실인지, 혹 음모는 아닌지를 분별하고, 흩어진 정보를 모아 큰 그림을 그릴 능력이 필요하다”며 “급변하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역사 전체를 조망할 줄 알아야 한다. 수십만 년 전 아프리카 동물들과 동등한 존재였던 인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세계지배자로 변화했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영상으로 출간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영사]

해당 도서는 600만 년 전 인간과 침팬지의 마지막 공통 조상의 출현부터 인간의 확산,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의 멸종까지를 다룬다. 처음으로 아동 도서를 선보인 것과 관련해 그는 “성인이 돼 사고방식을 바꾸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다. 어릴 때부터 듣던 이야기가 굳어져 생각을 바꾼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세계관이 자라는 시기인 어린이 시절에 과학적인 세계관을 기르도록 도와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아동 도서지만 집필 난이도는 성인 도서보다 훨씬 높았다. ‘사피엔스’를 비롯해 여러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그는 이번 책 작업이 가장 난이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성인 도서 쓸 때는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을 숨길 수 있다. 어렵고 추상적인 말을 섞어 길게 쓰면 성인 독자는 ‘나만 이해를 못 하나보다’하고 넘어간다. 근데 그게 아이들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아마 바로 책을 덮을 것”이라며 “그래서 아동을 위한 사진을 많이 넣었는데 글보다 훨씬 자세히 조사해야만 했다. 글은 애매한 건 안 쓰면 되는데, 그림은 피할 수가 없다. 저와 제 팀이 과학 조사를 훨씬 더 많이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애초에 출판사가 제안한 제목은 ‘어린이를 위한 사피엔스’였다. 베스트셀러인 ‘사피엔스’의 유명세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 유발 하라리는 이를 거절했다. 그는 “‘멈출 수 없는 우리’라는 말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인간을 멈추게 한 존재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도 있고, 인간 스스로가 멈추지 않는다는 뜻도 있다”며 “불교에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아귀’라는 존재가 있는데, 어떤 면에서 인간은 아귀와 같다. 세상을 집어삼키고도 만족함이 없다. 결국 모두가 위험에 빠지는 일을 멈추지 못함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이 역사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능력 키우게 하기 위해 책을 출간했다고 밝힌 유발 하라리. 그는 너무 빨리 변하는 미래를 예견하기 어렵다면서도 챗GPT 등의 AI(인공지능)에 관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가는 건국신화로, 종교는 경전으로 묶인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힘 때문에 인간은 서로 힘을 합쳐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챗GPT가 이야기 복제를 넘어 새롭게 만들어 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상소설처럼 로봇을 만들어 인간을 공격하지 않아도, 만들어 낸 이야기를 인간이 믿게 해 서로 싸우게 할 수 있다. 그럼 점에서 각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멈출 수 없는 우리'는 총 4편으로 이후 매년 1편씩 선보일 예정이다.

문화스포츠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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