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윤기자
"해외명품 프라다·구찌·버버리 공매, 슈프림 90% 세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의 한 의류 판매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명 브랜드 가품 의류들.[사진=송승윤 기자]
8일 오후 경기 김포시 월곶면 한 도로. 식당과 주유소가 늘어선 도로를 지나자 도로 한쪽에 '해외명품 공매', '해외명품 면세창고'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구찌, 프라다, 버버리 등 유명 해외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담긴 현수막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컨테이너로 지어진 가건물과 매대를 놓은 몽골 텐트도 있었다. 외관만 봤을 땐 평범한 명품 할인 아웃렛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짝퉁’을 파는 불법 상점이다. 이곳 인근 수 킬로미터 반경 안엔 이 같은 곳이 두 군데나 있다.
이 중 한 곳의 매장으로 들어서자 샤넬, 루이비통, 셀린느, 몽클레르, 로에베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 의류가 즐비했다.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자 정품과 유사한 택이 달려있었지만 조악한 수준이었다. 모조품 시장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미러급(거울에 비춘 듯 진품과 흡사한 제품)’이나 S급 등의 제품에도 못 미치는 퀄리티의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해당 의류들은 여기서 10~20만원대까지 팔리고 있다.
이곳 직원은 “대부분 가품이지만 중고 제품의 경우 진품도 있다”면서 “주로 중장년층이 많이 찾아주신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곳에 머문 30여 분간 방문한 대부분의 고객은 중장년층이었다. 정·가품 여부를 묻지도 않고 가격이 싸다며 물건을 구매해가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명품 외에도 나이키·아디다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를 판매하는 컨테이너도 있었다. 여기서도 진품으로 보이는 제품과 가품이 뒤섞여 판매되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이런 상점들이 들어선 지 최소 1년 이상 됐다고 증언했다.
8일 오후 경기 김포시 월곶면의 한 의류 판매 매장 입구에 명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는 홍보물이 세워져있다.[사진=송승윤 기자]
서울 동대문 '짝퉁시장' 등 온·오프라인 가품 유통에 대한 단속이 점차 심해지면서 가품 판매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에선 전통적으로 형성된 시장 외에 도심 외곽을 중심으로 가건물을 짓고 짝퉁을 파는 수법이 활개 치고 있다. ‘면세’, ‘공매’, ‘통관’ 등의 문구로 홍보하면서 마치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친 정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수법이다. 주 타깃층은 정·가품 여부를 구별하기 어려운 중·장년층이 많다. 수도권 내에서도 주로 외곽 지역에 이 같은 곳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버젓이 영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유명 브랜드를 빙자한 가품을 유통하고 판매할 경우 상표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현행 상표법은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행위를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가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신고는 가끔 접수되지만, 오프라인에서도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면서 "엄연한 상표법 위반 행위인 만큼 관련 부처가 철저히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