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바쁜 변호사 생활의 원동력은 여행과 책 읽기”

부장판사 출신 조용주 변호사
“순례길 학교 만들어 사람들과 걸어”
“올해부터 법조인으로 구성된 서초독서회 꾸려”

부장판사 출신인 조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안다)는 여러 사건을 맡는 바쁜 와중에도 걷기와 책 읽기를 모두 실천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과 블로그엔 독후감이 수시로 올라와 현재 800~900여편에 이르고, 경북 안동의 선비길·인천 강화도의 강화나들길 등을 걸었다는 일명 ‘인증샷’도 자주 올라온다. 조 변호사는 평일엔 인천·서울 두 지역을 오갈 정도로 바쁘다. 오전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소재 법무법인에서 근무하고 오후엔 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복귀해야 해서다.

그의 서초동 로펌 사무실엔 ‘독만행만(讀萬行萬)’이라는 패가 2년 전부터 걸려 있다. 한 마디로 ‘많이 읽고 많이 여행하자’는 의미다. 견문을 넓히고 자주 걸으면서 명상하게 되면 힘겨운 일상도 결국엔 버틸 수 있다. 걷기와 독서는 융화도 잘 된다. 조 변호사는 “여행을 가기 전 꼭 지역과 관련된 책을 읽고 간다”며 “그 지역의 문화·역사적 배경을 사전에 알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의 재미가 10배는 된다”고 말했다.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조 변호사가 회고했을 때 지난해는 유독 바빴다. 조 변호사는 인천고등법원 설립 추진 운동을 진행해왔다. 인천에 소재하는 제조기업만 해도 1만3300여곳에 이르는데 정작 인천에 고등법원이 없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고등법원이 생기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지역 정치인들도 만나고 있다. 쌀기부 모임에서 매달 서울 시내 노인복지관에 150포대 이상을 무기명으로 기부했다. 240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착한법만드는 사람들’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4번의 세미나와 수차례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에 조 변호사는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우수변호사로 지정돼 상을 받았다. “바쁜 일상을 극복한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전국 각지로의 여행과 주 2회 독후감을 올릴 정도의 책 읽기가 아니었을까요?”

그는 2019년 일명 ‘걷기 학교’인 순례길 학교를 창립하기도 했다. 순례란 종교의 발생지 등을 걸으며 참배한다는 종교적 색채가 담긴 용어다. 다만 이런 뜻보단 해외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걷기 좋은 길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학교명칭이 재밌다. 영어로 '술래학교(school of sullae)'다. 순례길 학교에서 걷는 사람을 ‘술래’라고 부른다.

지난해엔 순례길 학교에서 인천의 ‘고무신 로드’를 걸었다. 동인천역 북광장부터 수도곡산 달동네 박물관을 거쳐 배다리, 싸리재, 답동성당, 자유공원 등 4.5㎞ 정도 되는 코스다. 올해는 전남 진도의 삼별초 거리를 2박3일간 여행했다고 한다. 조 변호사는 “삼별초 거리는 걷기뿐만 아니라 자동차·KTX·배 등 다양한 이동수단으로 다니면 좋은 명소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 2일에는 양평역에서 갈산공원을 지나 용문역까지 걸었다.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가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벽에 걸어둔 '독만행만(讀萬卷書行萬理를 줄인말)'이란 문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지금까지 ‘평화의 길’ ‘희망의 길’ ‘깨달음의 길’이란 세 가지 길을 만들었다. 모두 집을 나와 2주간 걸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다. 조 변호사는 “제가 이 세 가지 길을 개척해서 코스가 세계 명소가 되는 게 꿈”이라며 “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또 길따라 난 지역 특색의 막걸리를 마시면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하루만보 하루천자’에도 소개된 영국 걷기 단체 램블러스(관련 기사 참조)를 접한 뒤 순례길학교의 미래 모습을 여기서 찾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규모 아파트는 담장을 치고 주변의 사람들이 그 아파트를 지나서 다른 쪽으로 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인천의 경우 공장와 항만에 갇혀 시민들은 바다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많다. 이런 곳을 고쳐서 누구든지 바다 근처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례길 학교도 우리 국민의 보행권 확보를 위해서 노력하는 단체가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 주변의 좋은 길들을 사람들이 편하고 쉽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하는데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 순례길 학교가 할 일이다. 앞으로 보행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양평 벚꽃십리길에서 걷기행사를 개최한 조용주 변호사와 순례길학교 [사진=조용주 변호사]

조 변호사가 가장 좋아하는 길은 땅끝마을로도 불리는 전남 해남의 달마고도다. 사찰 미황사 뒤에 바위산으로 된 길로 18㎞ 정도 된다. 공룡능선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공룡능선은 자칫 발을 헛디뎠다가는 크게 다칠 위험이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걷기도 하고 기어도 가기 때문에 걷는 묘미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산 정상에선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권도 확보된다. “요즘 지자체가 인위적으로 만든 느낌의 길이 엄청나게 많은데 달마고도는 미황사 주지 스님이 만들어서 그런지 길 자체가 환경 친화적이예요. 올해도 더 즐거운 변호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또 갈 생각입니다.”

조 변호사는 올해부터 법조인으로 구성된 ‘서초독서회’를 매달 둘째 주 금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사회·문화·경제 등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책을 한 권 읽는데 지금 30여명의 회원이 있다고 한다. 10년 이상 모임을 진행하는 게 목표다. “3~4개월에 한 번은 책 저자를 독서회에 초청해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입니다. 책을 읽고 나온 곳은 회원들과 함께 실제 걸어보는 체험도 하려고 합니다.”

바이오헬스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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