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노렸다며 왜 바로 죽였나… '배후 주범 따로 있나' 수사해야

외지인 드문 동네서 대놓고 납치
추적 쉬운 드문 차종으로 도주
금전 목적인데 살인까지 의문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한복판 납치·살인 사건은 가상화폐(코인)를 노린 계획범죄였다고 경찰이 1일 발표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강력범죄자들의 행태와 다른 범인들의 납치 행각, 피해자가 거액의 코인을 가진 사실을 알게 된 경로, 코인을 노렸다면서 바로 살인을 저지른 이유, 청부 살인 가능성 등 이날 경찰 발표로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수두룩하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현장. 납치범의 차량이 정차해 있다.

범행을 저지른 일당 3명 중 2명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 여성을 납치한 뒤 대전 인근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고 달아났다가 31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공범 1명도 이날 붙잡혔다.

금전 노렸다면서 지방 끌고 가 살해한 이유는 =우선 코인을 노렸다는 범행 동기가 맞는지 경찰이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의 금전이 범인들에게 넘어갔다는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금전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라면 납치하자마자 이동 경로가 파악되는 고속도로를 통해 지방으로 이동한 점도 석연치 않고, 얼마 되지 않아 살해했다는 것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범인들이 피해자에게 금전을 넘겨받았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피의자들이 노렸다고 진술한 것이 가상화폐이기 때문에, 붙잡히기 전 편취한 가상화폐를 은닉시켰다면 추적과 환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코인 많은지 어떻게 알았나=또한, 범인들이 범행 대상으로 피해자를 찍은 이유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금품을 노린 범죄를 계획할 때는 사전에 범행 대상의 경제 사정과 주변 상황을 다 파악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얼마만큼의 재산 및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었는지, 또 범행이 가능한 대상인지 사전에 어떻게 알고 목표로 삼았냐는 것이다. 이런 의문을 풀려면 납치 일당 배후에 '제4의 주범'이 따로 있는지도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CCTV 영상을 보면 피해자는 낯선 범인들이 나타나서 몸을 붙잡는데도 어리둥절해하거나 놀라지 않고 마치 신변 위협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 즉시 강력하게 저항한다.

눈에 잘 띄는 차종으로 납치한 이유는=청부 범행 여부도 핵심 의문 중 하나다. 피의자들은 납치 차량으로 벨로스터를 이용하는 등 꼼꼼히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벨로스터는 뒷문이 조수석 뒤쪽에 하나뿐인 '2+1 도어' 모델이라 운전석 뒷자리에는 문이 없다. 두 명의 납치범 중 한 명이 운전하고, 피해자를 운전석 뒷자리에 앉힌 뒤 다른 납치범이 조수석 뒷자리에 앉으면 피해자가 차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없다. 처음부터 범인들이 납치살해 청부를 받고 뒷문이 하나인 벨로스터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계획범죄라기엔 어설픈 납치 행각=반면 처음부터 목숨을 빼앗으려고 철저히 계획한 납치가 아니라면, 오히려 범인들의 행각에서 '어설픈 모양새'가 다수 발견된다. 유괴, 납치 등 강력범죄자들은 보통 남의 눈에 두드러지지 않도록 준비한다. 그런데 벨로스터 승용차는 워낙 드문 차종이라 오히려 남의 눈에 잘 띄어 쉽게 추적된다. 또한, 납치 지점은 강남구에서도 고급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주택가여서 밤에는 외지인이 드물고 조용하다. 범행 지점 바로 맞은편에 편의점이 있어서 한밤중에도 주민들이 오간다. 따라서, 이곳에서 사람을 때리고 납치하면 이목이 쉽게 쏠린다. 범인들은 이런 곳에서 발버둥치는 피해자를 질질 끌고 가 차에 태웠고, 피해자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도 방치했다. 실제로 범행 당일 납치 직후 "남자 2명이 여자를 때리고 차량에 태웠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다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1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채무 3600만원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실제 어느 정도 받았는지 등은 추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회부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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