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애플페이는 도대체 어디서 사용할 수 있나요?"
애플페이가 국내 상륙한지 10일. 출시 첫 날 카드 등록 건수만 100만 건을 넘어서며 관심을 받았지만, 애플페이가 한국인의 일상 속을 파고들기엔 아직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량이 미미해 결제 가능한 매장이 적은데 사용처에서조차 결제 오류가 나고 있다.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한 삼성페이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의 기능을 비교해보자. 30일 현재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롯데그룹 유통·식음료브랜드, 현대백화점그룹 유통브랜드, SPC 브랜드, 편의점, GS칼텍스(주유), 교보 ,영풍문고 등 120여곳으로 한정적이다. 영세 식당 등 대기업이 아닌 일반 가맹점들은 대부분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스타벅스·이마트 등 신세계 그룹 유통 식음료브랜드도 애플페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교통카드 기능도 없다. '반쪽페이'라고 불리는 배경이다. 반면 삼성페이는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곳에서 대부분 이용 가능하다. 삼성페이 사용자들은 네이버 등 온라인 점포 55만 곳에서 삼성페이로 간편결제도 가능하다. 교통카드 기능도 있다.
애플페이는 EMV 컨택리스(비접촉) 기반 NFC 단말기를 통해 결제가 이뤄진다. EMV는 비자, 마스터카드, 유로 페이 등 카드사가 모여 만든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방식으로, 해외에서 주로 이용한다. 삼성페이는 EMV 컨택리스를 포함한 NFC 방식과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 결제를 모두 지원한다. 결제속도는 NFC 방식에서 1초 미만으로 같다. MST 방식의 속도는 1~2초 수준이다. 사용 가능 카드를 보면 삼성페이는 국내 발행 대부분의 신용카드 체크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애플페이는 현대카드만 가능하다. 삼성페이는 모바일 학생증,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모바일 OTP(일회용 비밀번호) 인증 서비스, UWB(초광대역) 기반의 '디지털 홈 키' 서비스 등도 탑재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간편결제·간편송금 서비스 이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간편결제서비스 이용금액은 일평균 7326억원으로 전년보다 20.8%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3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제공업체 중 가장 성장세가 높은 곳은 휴대폰 제조사다. 휴대폰 제조사 이용 실적은 전년보다 34.7% 늘어난 1853억원이다. 전체 비중의 25%를 차지했다. 휴대폰 제조사에는 삼성페이와 LG페이가 포함된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삼성페이는 출시 1년 만에 누적결제 금액 2조원을 넘어선 후 매년 1.5배씩 성장하고 있다. 삼성페이 사용 누적 금액은 올 2월말 기준 219조원에 달한다.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업자 이용금액은 전년보다 16.5%, 금융사는 17.1%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가 내년 간편결제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업계는 국내 시장에서 애플페이의 점유율은 더디게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63%에 달하는데다 설치비용 문제로 단기간 내 NFC 단말기 확산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현대카드와 독점 제휴가 종료된 후 제휴 카드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이나 카드사의 수익성은 애플의 추가 수수료 요구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페이의 과도한 수수료 장사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카드가 애플에 내는 애플페이 수수료는 건당 0.15%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 카드사가 부담해야할 수수료율은 중국의 5배 수준이다. 시장 조사기관 전망 대로 애플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의 15%의 점유율을 차지하면, 카드사들은 하루 약 10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애플에 줘야 한다. 미국에서는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은행 등 4000개 이상의 제휴사가 매년 최소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불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국내 활성 이용자 1600만 명이 넘는 삼성페이는 오프라인 가맹점 간편결제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수수료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이미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과도한 경쟁으로 신용판매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다른 간편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도 수수료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카드사들은 수익성을 위해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도 애플페이 신용카드사들에 "애플페이와 관련된 수수료 등의 비용을 고객이나 가맹점이 부담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업체들이 10년간 공들인 시장에 애플이 한국시장을 위한 투자는 전혀 없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