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이세령기자
2002년 6월 29일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들썩이던 때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는 북한 선박의 기습 포격을 당해 화염에 휩싸였다.
국민이 4강 신화를 운운하며 기대감에 물들어갈 때 참수리호는 장병들의 핏물에 젖어갔다.
그날은 6명의 목숨이 스러진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날이었다.
2010년 3월 26일 한밤중 고요한 시각 경계 임무를 서던 해군 PCC-777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에 굉음을 내며 터져나갔다.
제1연평해전에서도 활약했던 함선은 순식간에 반파돼 승선 장병들과 함께 백령도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함수와 함미로 쪼개진 함선은 인양됐으나 46명의 목숨은 건져낼 수 없었다.
차가운 바다를 몇 번이나 드나들며 1명이라도 더 구하려던 1인의 영웅도 하늘의 별이 됐다.
같은 해 11월 23일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는 북한군이 쏘아대는 포탄이 터지는 소리와 주민들의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전 군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고 1950년의 전쟁이 반복되는 듯 곳곳에 매캐한 연기와 화염이 치솟았다.
6·25전쟁 후 맺은 휴전협정 아래, 민간을 상대로 한 첫 대규모 군사 공격에 2명의 장병과 민간인 2명은 이승을 떠나야 했다.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은 북한의 도발에 맞서 생명을 바쳐 대한민국 서쪽 바다를 지킨 용사들의 희생정신을 지키고 국가 안위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서해수호의 날’이다.
경남도는 서해수호 임무 중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으로 희생된 55인의 용사를 추모하고 참전 장병의 공헌을 기리고자 24일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에는 박완수 도지사, 김종술 경남동부보훈지청장, 박남용 도의회 문화복지위원, 도내 보훈·안보 단체장과 회원,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헌신으로 지켜낸 자유, 영웅을 기억하는 대한민국’이란 주제로 열린 올해 기념식은 국민의례,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과 서해수호 희생자에 대한 묵념, 기념사, 추모 시 낭송, 결의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故 조정규·박성균 중사의 모교인 창원공업고등학교 3학년 최승빈·이세민 학생이 유연숙 작가의 ‘넋은 별이 되고’를 추모 헌시로 읊었다.
박 도지사는 “현재의 일상과 행복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낸 서해수호 용사와 호국영웅들의 고귀한 희생정신 덕분”이라며 “경남도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웅들의 헌신을 널리 알리고 안보 의식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