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국고지원’ 손놓은 정치권…건보료 폭탄 경고등

불투명한 국고지원, 의료수가 협상준비 난항
정부 "5년 한시 연장" vs 야당 "항구화"
"국고지원 없으면 보험료 7%→17%로"

정부와 국회가 건강보험 국고지원 문제를 제때 매듭짓지 못하면서, 의료수가 협상을 앞둔 담당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해 예산에 맞춰 협상을 준비해야 하는데, 국고지원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다. 의료수가는 건강보험료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정치권이 조속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의료수가 협상 준비에 착수했다. 의료수가란 의료서비스에 따라 공단과 환자가 부담하는 보험금을 말한다. 통상 4월에 공단과 의료공급자단체가 논의를 시작하고 5월 본 협상이 진행되는데, 협상 전략을 세우고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기 시작하는 건 3월부터다. 협상에 따라 국민들이 부담하는 보험료와 의료서비스 가격이 달라진다.

공단 측은 올해 의료수가 협상준비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말 종료된 건보 국고지원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공단 관계자는 “한해 살림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야 원활한 의료수가 협상이 가능한데 아직도 국고지원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다음달까지 결정이 나지 않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일 공단 급여상임이사도 지난 8일 “작년보다 훨씬 더 어려운 수가 협상이 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국고지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배경에는 정부와 야당의 견해차가 있다.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와 공단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국고지원을 5년 한시연장하자고 합의한 상태다. 국고지원 자체가 2007년부터 한시적으로 이뤄져왔던 만큼, 우선 일몰제로 다시 이어가고 추후 논의를 계속해보자는 취지다. 건보 예상수입 20%를 국고로 지원한다는 규칙 역시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국고지원 없이 보장성 유지하려면 보험료 7%→17%"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몰규정 폐지와 국고지원 항구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20% 국고지원 원칙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원금을 줄여 투입해왔다. 공단의 예상수입이 과소추계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은 일몰규정을 폐지하는 법안 논의에 적극 동참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국고지원을 강제하거나 지원금액을 확대하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재정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정부가 건보재정에 투입하는 국고지원금은 올해 11조원에 달한다. 2020년 9조2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2021년), 10조5000억원(2022년)으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한 관련부처 관계자는 “정부가 비용을 많이 채워주기 시작하면 다른 곳이 구멍나게 돼 있다”면서 “건보 국고지원을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건보 국고지원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실타래는 더 복잡해졌다. OECD는 지난 8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재부와 양자회의를 열고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OECD는 “정부가 보험 지출을 전혀 모니터링할 수 없고 지출 증가율을 결정할 수단도 없는데 자동적으로 건보재정에 예산을 투입하는 게 매우 특이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건보 국고지원 시 회계처리만 이뤄지는데 다른 OECD 국가들처럼 기금으로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건보 노조는 국고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건강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협상 과정에서 향후 보험급여가 줄거나 환자가 내는 보험료율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다. 노조 측은 국고지원이 없을 때 현재 보장성을 유지하려면 7.09%인 건강보험료율을 17.6%로 약 10%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금융부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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