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수소차가 환경친화적이라는 건 얼추 맞는 얘기지만 경제적인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연료로 쓰는 수소가 싸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 수소 유통가격은 ㎏당 싼 곳은 8000원 아래지만 비싼 지역은 1만2000원이 넘는다. 17일 기준 전국 평균가격은 9427원(수소유통정보시스템)이다. 국내에 운영중인 충전소가 가장 많은 하이넷은 지난해 12월 수소 1㎏당 가격을 8800원에서 9900원으로 13%가량 올렸다. 수소 가격이 오른 건 국내 수소차 보급이 막 시작했던 2019년 이후 3년여 만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유지비가 적게 드는 건 전기차다. 환경부 100㎾ 급속충전기를 기준으로 한 전기요금과 현대차 순수전기차 아이오닉5의 연비 등을 감안하면 ㎞당 연료비는 68원 정도다. 전기요금 역시 지난해 하반기 10% 남짓 올랐으나 여전히 가장 경제적이다. 완속충전은 이보다 조금 더 싸다.
수소차로 1㎞를 가는 데는 98원 정도 든다. 택시나 장애인용 차량으로 많이 타는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소차는 준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넥쏘를 기준으로 했고 LPG차는 중형세단 쏘나타를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다.
내연기관 차량이 가장 비싸다. 1㎞ 운행하는 데 휘발유가 128원, 경유가 106원 정도다. 차량은 넥쏘와 비슷한 투싼을, 휘발유·경유 가격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평균 가격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운전자 주행습관에 따라 연료비 편차가 큰 하이브리드 차량은 이번 계산에서 제외했다. 주행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하이브리드차 유지비는 전기차보다 다소 많이 드는 것으로 사람들은 인식한다.
수소 가격이 싸지 않고 충전이 불편한데도 수소차를 택하는 이가 꾸준한 건 정부나 지자체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데다 차량 자체의 상품성이 좋기 때문이다. 이 말은 반대로 보조금이 줄어들거나, 출시 후 일정 시간이 지나 상품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판매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용하고 배출가스가 전혀 없이 환경친화적이라지만 차량 구매자들은 그런 것을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
다만 일정한 장거리 구간을 주로 다니는 상용차는 수소가 더 유리한 편이다. 주행패턴이 일정한 만큼 각 요충지에 충전소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나 대형트럭을 순수전기차로 만들 경우 배터리 용량이나 크기가 클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적재공간이 줄어들고 충전이 오래 걸린다. 수소차는 연료전지 스택에서 만든 전기에너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터라, 차량 설계 측면에서 순수전기차보다 효율적이다.
수소 차량이 지금보다 더 경제적이기 위해선 수소 가격이 내려가는 건 물론 연비 등 연료효율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장이 크지 않아 연료전지 성능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양산형 수소차를 가장 많이 만드는 현대차역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