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미국 스타트업의 '돈줄'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결정 후 첫 주식시장이 열린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증시가 3%대의 급락했다. SVB가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로 자금난에 빠진 지 이틀 만에 파산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금융위기 도화선에 불이 당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증권거래소(TASE)에서 벤치마크 지수인 TA-125 지수는 3.31%, 시가총액 3위 35개 기업으로 구성된 T-35 지수는 3.10% 하락했다. 5대 대형 은행 주가지수는 4.01%, 보험 및 기타 금융서비스 업종 지수는 4.23% 급락하는 등 은행 금융주들이 급락세를 주도했다.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열리는 이스라엘 증시는 월요일에 한주의 거래가 시작되는 유럽, 미국 등 서방 증시에 앞서 SVB의 파산에 따른 시장의 움직임을 가늠해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총 자산규모만 2090억달러(277조원)에 달하는 은행의 갑작스러운 파산절차로 연쇄 충격으로 당장 파산 결정 후 첫 거래일에 주가가 폭락하는 ‘블랙먼데이’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 긴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전 세계적인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나온다. SVB의 파산은 2008년 워싱턴뮤추얼은행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다만 주택 대출 채권(CDO) 부실로 미 4대 투자은행이었던 거대 금융그룹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이번 SVB 사태는 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의 단순한 투자 손실로 돌발 위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SVB 파산 사태와 관련 미 연방정부 개입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옐런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15년 전) 금융위기 당시 대형은행 투자자와 소유주들이 구제 금융을 받은 바 있다”며 “그 이후에 여러 개혁이 단행됐는데, 이는 구제 금융이 다시 없으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의 야이르 아비단 은행감독국장은 "우리는 SVB 파산 여파를 주의 깊게 관찰하며 즉각적인 영향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파를 점검하고 있다"며 "정부가 부처 합동 팀을 구성해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분야는 이스라엘 경제의 주요 동력이며, 실리콘밸리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는 SVB가 진출해 있으며, 이스라엘 스타트업 상당수가 SVB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 증권감독 당국은 SVB 파산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동 사항을 즉시 공시하라고 상장 기업에 통보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재무 및 경제 장관, 중앙은행 총재 등과 SVB 위기를 논의하고, 이번 사태로 유동성 등에서 고충을 겪는 자국 기업을 위해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에서 영업하고 이스라엘에 존속할 기업들과 그 종사자들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