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운전수도 여기선 딱지 굴욕'…수십억 과태료 나오는 버스전용차로들

학여울역·잠실역사거리·화랑대역 교차로
우회전 후 버스전용차로에 운전자 불만

<i>"당시 CCTV를 보면 확인할 수 있지만 도로 여건상 차선변경이 어려웠습니다."</i>

지난 1월 서울 노원구 화랑대역 교차로에서 버스전용차로 위반 단속에 걸린 A씨는 서울시 해당 부서에 위반에 대해 이의제기를 했다. 돌아온 답은 "이의제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였다.

[사진출처=아시아경제 DB]<br />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A씨 처럼 버스전용차로 위반 단속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은 한두 명이 아니다. 운전자들이 꼽는 대표적인 장소도 여럿이다. 서울 강남구 한보은마아파트 앞 학여울역 사거리의 버스전용차로 위반 건수는 지난해 1만 2575건으로 서울시 전체 평균(4175건)의 3배나 된다.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과태료의 덫'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난해 단속 건수가 1만 건을 훌쩍 넘는 송파구 잠실역 사거리(2만 6574건)를 비롯해 A씨가 단속에 걸린 노원구 화랑대역 교차로(1만2520건)도 버스전용차로 위반 단속이 많은 곳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송파구 잠실역과 노원구 화랑대역 버스전용차로 위반으로 단속에 걸린 차량은 무려 8만 5000대에 달한다. 버스전용차로 과태료는 건당 5만원으로, 약 42억 5000만원이 부과된 셈이다.

강남구 학여울역을 비롯해 이들 3곳은 서울에 설치된 버스전용차로 무인단속 카메라 48대 가운데 지난해 적발 건수 1~3위를 차지했다. 운전자들은 획일적 지침에 근거해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다 보니 도로 여건과 운행 편의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학여울역 사거리의 경우 남부순환로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곧바로 버스전용차로에 진입한다. 이런 경우 버스전용차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차로에서부터 76m까지 차선 변경 구간을 두도록 규정돼 있지만, 출퇴근 시간엔 차선 변경 구간이 사실상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대치역 방면에서 오는 직진 차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결국 끼어들기를 하지 못하거나 초행길인 운전자들은 차선 변경 구간을 지나 곧바로 나타나는 단속 카메라에 찍히는 것이다.

서울시도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지했다. 한 유명 연예인이 유튜브 채널에서 잠실역 사거리와 화랑대역 교차로를 지나며 “사실상 단속을 유도한다”고 비판하자 지난해 11월부터 단속을 중단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 1월 버스전용차로 단속 건수가 많은 송파구 잠실역과 노원구 화랑대역 인근의 실·점선 노면 표시를 3월까지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운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2~3월 중에 이들 구간의 단속 카메라를 철거하고, 실·점선 노면 표시도 개편한다는 것이다.

이슈2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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