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사업 기로]③중·러는 줄고, 북미는 15% 늘어…글로벌 판매 재편

과거 4분의 1 넘던 중국·러시아 비중
최근 들어 한 자릿수로 감소
책임경영 일환 권역체제 재편 관심

28.7% vs 8.9%.

현대차의 해외 판매량 가운데 중국·러시아 비중의 변화다. 앞 숫자가 2016년, 뒤는 지난해다.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완성차 계열사 기아와 함께 중국에서 연간 약 180만대를 팔았다. 러시아 공장 역시 최근 수년간 가동률을 120% 안팎까지 높이며 글로벌 판매의 중요 축으로 삼던 터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현대차·기아가 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공장 가운데 가장 바쁘게 돌아갔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하던 현대차의 판매전략은 외부 변수로 의도치 않게 바뀌었다. 중국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전후로 반한감정이 불거지면서 고꾸라졌다. 고급차종이나 전기차 등 현지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점도 뒤처진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러시아 공장<사진출처:연합뉴스, 타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장기화한 전쟁 탓에 아예 공장을 멈춰 세웠다. 우리나라나 주변 나라에서 부품이나 소재를 공급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도요타·포드·벤츠 등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이미 현지에서 철수했다. 전쟁 후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등 현지 신차판매 시장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중국·러시아에서 빠진 물량은 북미·유럽 등 선진시장 내 판매를 늘리며 메웠다. 현재 현대차 전체 판매량에서 북미권역 비중은 4분의 1에 달한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과거부터 일본 메이커가 독주하는 아세안 주요 시장에서도 점차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 때문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 도입한 권역본부 체제를 재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미·중남미·유럽·러시아·인도·아중동·아세안·오세아니아 등 글로벌 시장을 9개 권역으로 나눠 판매전략을 짠다. 지역마다 시장 특성을 반영하고 권역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2021년 말께 주요 권역을 한 데 묶은 대권역제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북미와 중남미를 미주대권역, 유럽·러시아를 유럽러시아대권역으로 묶어 관리하는 방식이다. 국내사업본부는 아세안·오세아니아권역과 함께 아시아대권역에 들어가 있다. 지난해 재진출한 일본 사업은 국내사업본부에서 챙긴다. 중국은 별도 대권역이다. 현대차 올해 판매량 목표는 지난해보다 9.6% 늘어난 432만대 규모다. 중국에선 지난해보다 20% 이상 높여 잡은 반면 러시아에선 40% 이상 낮췄다.

산업IT부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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