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파월에 빅스텝 급부상…2년물 금리 5%돌파(종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7일(현지시간) "최종금리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긴축에 힘을 실으며 금융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예상보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발언에 '3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대를 돌파했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의 역전 스프레드는 1981년 이후 최대폭까지 벌어졌다.

◆"속도 높일 준비돼있어" 긴축 예고한 파월...빅스텝 가능성 커져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모두 강력하게 나왔다"면서 "이는 최종금리 수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데이터 전체가 더 빠른 긴축을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까지 갈 길이 멀다"면서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분간(for some time) 제한적인 통화정책 기조 유지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오는 21~22일 진행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들어 물가, 고용, 소비지표가 일제히 강한 수준을 나타내며 시장에서는 Fed가 재차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Fed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긴축 사이클을 통해 미국의 금리를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4.5~4.7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에 따라 Fed가 3월 FOMC에서 제시할 점도표 상 금리인상 경로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Fed가 공개한 점도표 상 올해 연말 금리 중앙값은 5.1%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불과 한 달 전에 봤던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가 1월 고용, 소비자 지출, 생산, 인플레이션의 지표에서 부분적으로 역전됐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난 FOMC 예상보다 높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년간 강력한 조치를 취했으나 긴축의 완전한 효과는 아직"이라며 "그 어떤 지표도 우리가 충분히 긴축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서비스부문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게 이어지고 있음에 대해 재차 우려를 표했다. 그는 "서비스 부문을 매우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주택을 제외한 핵심 서비스에서 디스인플레이션 증거가 거의 없었다"며 "인플레이션을 2%대 목표치로 낮추기 위해서는 핵심 서비스 분야에서 인플레이션 완화, 노동시장 완화 등이 있어야 한다"고도 평가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향후 금리 인상폭이나 최종금리에 대해 "데이터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FOMC 회의 전인 이번주 후반 발표될 고용보고서, 다음 주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의 지표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매파 발언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2월 FOMC 당시 0.25%포인트로 금리 인상폭을 축소한 Fed가 불과 한달만에 인상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금리 선물시장은 3월 빅스텝 가능성을 70%가까이 반영하고 있다. 전날 31%대에서 급격히 치솟은 수치다. 한달 전에는 불과 9%대였다. 또한 선물시장은 이번 여름 최종금리가 5.5~5.75%까지 오를 가능성을 가장 높게 반영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금리가 4.5~4.75%임을 고려할 때 향후 1%포인트 추가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성급한 완화정책에 대한 경계감도 재확인했다. 그는 "역사적인 사례는 성급하게 정책을 완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이 길에 있을 것이다. 최대 고용,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파 발언에 시장도 출렁...최종 금리 6%대 나올까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필요하다면 긴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그의 발언으로 인해 당장 빅스텝 가능성이 테이블 위에 오른 것은 물론, 최종금리 6%대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날 투자자노트를 통해 "파월의 발언은 3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었다"면서 오는 10일 공개되는 고용보고서에 따라 긴축 속도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브라운 트레이더X 전략가 역시 "놀라울만큼 매파적"이라며 "고용지표에 따라 최종금리 6%까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2월 비농업 고용은 22만5000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달전처럼 고용보고서가 또 다시 예상을 웃도는 강한 수준을 나타낼 경우 빅스텝 가능성엔 더욱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이는 즉각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배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경제매체 CNBC 역시 "경제지표에 대한 파월 의장의 논평은 금요일 공개되는 2월 고용보고서가 이달 Fed의 금리 인상 결정에 훨씬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반면 당장 빅스텝 선회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여전히 잇따른다. Fed로선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지 한 달 만에 빅스텝으로 돌아갈 경우 Fed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블리클리 파이낸셜그룹의 피터 부크바르는 "Fed가 이미 속도를 늦춘 현 시점에서 다시 0.5%포인트인상으로 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리 인상 사이클을) 멈출 때까지 0.25%포인트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후 장 마감을 앞두고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57%,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28%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차는 1981년 이후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이날 오후 2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대를 돌파했다. 2년물 금리(5.015%)와 10년물 금리(3.973%) 간 역전 스프레드는 1%포인트를 웃돌고 있다. 장기채인 10년물 금리가 2년물 금리를 밑도는 금리역전 현상은 통상 경기침체의 전조현상으로 평가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105.6선을 돌파해 약 2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e토로의 칼리 콕스는 "Fed의 최우선 과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것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장기 투자자들에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1팀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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