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출규제 해제 협의…반도체 업계 '공급망 안정화 효과'

한일, WTO 분쟁해결절차 잠정 중단
규제 이후 소부장 日 의존도 크게 줄여
"당장 큰 변화 없을 것"

한국과 일본이 수출 규제 해결을 위해 협의하기로 했지만 당장 우리 반도체업계가 받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이 2019년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한 이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매진해 일본 의존도를 줄였기 때문이다. 다만, 절차 간소화와 공급망 안정화 측면에서는 한숨을 돌렸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6일 일본과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협의를 진행하는 기간 동안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는 일본이 규제 조치를 시행한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양자 협의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에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PR)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에 대해 개별수출허가로 규제를 강화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WTO 협정상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며 WTO 제소로 대응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직후 일본산 소재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반도체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수출 규제 발표 당시 한국무역협회 집계 기준 불화수소 수입은 일본산이 44%를 차지했고,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산이 92%에 달했다.

그러나 수출 규제 이후 국내 업체들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거래처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일본산 의존도를 지속해서 줄였다. 그 결과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관련 수입액의 일본 비중은 2018년 32.6%에서 2022년 21.9%로 10.7%p 감소했다. 특히,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중 반도체 분야 수입액의 일본 비중은 2018년 34.4%에서 2022년 24.9%로 9.5%p 줄었다.

이로인해 한국과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결을 위해 협의하더라도 당장 우리 반도체기업이 받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정부 발표 직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다만 공급망 안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 규제 당시 기업들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지만, 꾸준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현재도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긴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일본산 제품을 더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해제되면 수출 문서 작성 등이 간소화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존에 못 들어오던 소재가 들어오는지 등 드라마틱한 영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수출 규제가 해제되면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배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산업IT부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산업IT부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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