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중국의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막하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관련 업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양회 이후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예상돼 철강, 소재, 기계장비 등 경기 흐름에 민감한 업종이 급격한 상승세다. 다만 미·중 갈등 상황에서 국수주의가 강화되고 있고, 실제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9개월째 내리막을 그리고 있어 이번 양회를 계기로 기대만큼의 반등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철강지수는 최근 한 달(2월3일~3월3일 종가 기준) 사이 9.45% 급등했다. 이는 한국거래소에서 집계하는 전체 30여개 KRX 섹터지수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KRX 섹터지수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산업군별 대표 종목들로 구성, 각 특정 산업군의 주가 흐름을 반영해 보여주는 지수다.
철강 관련 종목을 살펴보면 현대제철은 지난 3일 3만81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한 달 만에 11.89% 올랐다. POSCO홀딩스(9.39%)·KG스틸(9.27%)·동국제강(8.09%) 등 관련 종목도 일제히 올랐다. 철강과 함께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으로 꼽히는 KRX 300 소재지수도 같은 기간 9% 올랐다.
이처럼 철강·소재 부문 종목이 급등한 것은 이번 양회를 계기로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양, 인프라 투자 강화 등에 힘을 쏟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경기 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실제 중국 당국이 이달 초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50.1) 대비 2.5포인트 상승한 52.6을 기록하면서 약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PMI가 50 이상이면 전달 대비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경기 수축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 회복은 관련 자재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에 통상적 호재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세계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가 상승한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석탄 및 철광석 수입과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코로나 확산 정점 확인 후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운임지수가 2월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며 "본격적인 경제 회복, 중국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기대 등은 BDI 지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중국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시장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 중국산 제품 수출 가격 상승, 중국 해외여행객 수 증가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중국 양회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체제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예전보다 더 큰 상징성이 있다. 이에 지난 코로나 시국에서 경제성장 목표 달성에 실패했던 중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경기부양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미·중 갈등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국내 시장에 기대만큼의 효과를 미치지 못할 것이란 신중론도 제기된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은 "대외적으로 반도체 및 자원 등을 중심으로 미국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구호를 앞세울 수 있다는 점은 우리 입장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며 "생산 내재화 및 안보를 내세워 기술 주도권 확보에 힘쓰는 바이든 정부와 고용이 늘어나도 내구재가 아니라 서비스 소비가 늘어나는 미국, 리오프닝으로 중국인들의 소비가 늘어나도 중간재 수출이 절대다수인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가시적인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2월 제조업 PMI 반등에도 일평균 수출이 전년 대비 16% 감소(2월 기준)한 점이 이를 반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