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전장연 시위, 누가 갈등의 책임자인가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약자와의 동행’을 내건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지난해 지방선거로 여소야대 시의회 지형을 극복해 올해가 오 시장의 말처럼 ‘일을 제대로 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었지만, 연초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해결의 실마리 조차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2일 서울시청에서 면담 후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기자가 아닌 한 명의 시민 입장에선 전장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서울시의 처사는 야속하기만하다. 분명 장애인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며, 그들이 주장하는 이동의 자유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민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본다. 지금은 전장연의 지속적인 시위로 일상이 지나치게 침해를 받자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시민들이 많지만, 시위 초기만 해도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동정의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180도 바뀌는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지난 2일 진행된 오 시장과 전장연의 면담을 지켜보면서였다. 전장연은 서울시 지하철의 장애인 시설에 대해 "BBC와 같은 해외 언론은 서울이 다른 외국보다 더 잘돼있다고 이야기 한다"며 "뉴욕 이런 곳보다 (서울 지하철 장애인 시설이) 더 나은 걸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의 지하철 시설이 세계 어떤 곳보다 잘 되어 있으며, 본인들도 인정을 하는데 전장연은 왜 서울에서 극단적인 시위를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예상외의 것이었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나서서 기획재정부에 장애인 이동 예산을 늘릴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주장했다.

물론 서울시에 대해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지만, "진짜 사회적 강자인 기재부에도 이 문제의 원인이 있다"며 "이 문제를 서울시장의 자격으로 기재부 장관에서 요청해 달라"는 이야기가 거듭 반복됐다.

면담을 지켜보면서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전장연은 서울시도 서울시지만, 기재부에 본인들의 입장을 관철 시키기 위해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았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권리예산 문제가 서울시 권한 밖이라는 사실을 전장연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애인권리예산은 중앙정부의 소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주장을 달성하기 위해 그나마 가장 장애인에게 친화적인 교통환경을 가진 서울시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를 설득하기 위해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서울시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대중교통의 정시성은 서민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다. 그동안 전장연의 시위로 인해 서울시에 쇄도한 민원은 9337건에 달한다.

전장연은 오는 13일부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법원에서 제시한 조정안도 2차례 모두 이의를 신청했다. 앞으로 시위가 계속된다면 시민들은 점점 더 전장연을 백안시 할 것이다. ‘약자와의 동행’을 내건 서울시보다 전장연이 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부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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