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손글씨에 대한 향수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문화를 꿈꾸며 제작한 제품이 네오 스마트펜입니다."
이상규 네오랩컨버전스 대표(51)는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네오랩컨버전스는 문서와 필기 분야에서 물리 세상의 언어적, 비언어적 정보를 디지털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라며 직접 만든 스마트 펜에 대해 소개했다. 스마트 펜은 미래의 새로운 입력 도구 주목받고 있다. 네오랩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네오랩은 핵심 특허기술인 엔코드(Ncode)를 기반으로 종이에 쓴 필기 내용을 디지털화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했다. 보유 특허기술은 120건이 넘는다. 네오 스마트펜은 잉크 펜으로 만들어져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 펜으로 종이에 글씨를 쓰는 순간 곧바로 스마트폰 및 컴퓨터에 연동 저장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인 이상규 대표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넥슨·엔씨소프트 등으로 이어지는 87~93학번 출신 벤처기업인으로, 1996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과 함께 네오위즈를 공동 창립했다. 네오위즈 재팬 대표 시절 2007년 교육 학습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2007년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 대표는 "학습 서비스를 만들려면 입력 도구가 필요했고, 펜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아날로그에서 시작된 행동이 추가 조작 없이 자연스럽게 디지털 세상에 녹아 들어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네오 스마트펜을 세계적인 제품으로 끌어 올린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로 영향력을 넓혔다. 이 대표는 NDP 클라우드 개발을 통해 필기 정보를 디지털 문서화 고도화하는 기반을 다졌다. 지난해에는 네오랩클라우드를 세우고 필기 정보와 문서를 인공지능(AI)과 접목하는 작업을 고도화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에듀 테크 분야로 사업을 강화한다. 'AI 서술형 평가 지원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학생·학교별로 맞춤형 스마트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충청남도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지원 시스템은 다음 달부터 충남교육청 산하 학교에서 활용한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이 다루지 못한 유일한 데이터가 필기 데이터"라며 "1000분의 1초 단위로 측정이 가능한 필압 데이터는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이 스마트 펜을 이용해 학습 기록을 남기면 교사는 필기 활동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특히 논술·서술형 문제에 대해 문법·어휘 풍부성 등 AI가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이 대표는 "오프라인의 학습 자료가 데이터로 축적돼 학생별 맞춤 평가가 가능하다"면서 "교사는 누적된 학습 데이터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성장과 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리 상담에도 유용하다. 이 대표는 "필기 압력과 각도를 보면 필기자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면서 "화가 난 상태에서 글자를 쓰면 압력이 높아지고, 공부하기 싫으면 압력이 낮아진다"고 했다. 심리 검사는 상대적으로 비싸다. 한 사람당 심리 검사 비용은 20만~100만원이다. 교육청에서 1년당 1명의 학생당 쓸 수 있는 심리 검사 예산은 약 2만원이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대표는 "교부된 종이 학습지에 필기한 내용과 지우개로 지운 궤적 데이터를 통해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면서 "데이터가 많아지면 심리 상담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치매, 파킨슨병 진단에 도움을 준다. 정해진 도형을 그리는 펜의 데이터를 통해서다. 이 대표는 "11시 10분, 10시 5분을 가리키는 아날로그 시계를 그리는 진단법이 있다"면서 "병원에서 검사가 진행되는 30분간 의사가 지켜봐야 하는데, 스마트 펜을 이용하면 그리는 과정이 기록돼 집에서도 검사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필기가 눌러진 압력은 얼마인지, 어떤 순서로 썼는지, 완성된 비례는 어떤지 14개 항목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네오랩은 지난해 2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는 올해는 매출액 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디지털 필기의 데이터를 전송하고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 전 세계에 없다"면서 "디지털 필기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게 우리의 역할이며, 필기 펜 업계의 로블록스가 목표"하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