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당했는데…돈 못 받고 쫓겨날 위기 처한 불법체류자

매달 2% 이자 믿고 1억3000만원 빌려줘
어느 날부터 약속한 돈 입금하지 않아
악용되는 불법체류자의 불안한 처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몽골 출신 불법체류자 A씨(43)는 평생 모은 돈을 잃게 생겼다.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지 않은 탓이다. A씨는 전북 남원시 소재의 인력사무소에서 일을 하며 1억원 넘게 돈을 모았다. 그런데 마침 인력사무소 사장 김모씨가 A씨에게 접근했다. 모은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다.

김씨는 A씨에게 돈을 빌려주면 매달 2%의 이자를 지급하는 등 매달 1000만원씩 갚겠다고 했다. 아울러 운영 중인 카페의 명의를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A씨가 믿지 못하자 김씨는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 등기를 보여주면서 돈을 갚을 여력이 있다고 확신을 줬다. A씨는 이를 믿고 1억1000만원가량을 김씨에게 빌려줬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씨는 카페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며 A씨로부터 2200만원을 추가로 빌렸다. 총 1억3000만원가량을 차용한 셈이다.

처음 1년 동안 김씨는 A씨에게 약속한대로 돈을 지급했다. 총 6500만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돈을 보내지 않았다. 믿었던 사장님에게 '먹튀' 당한 것이다. 이후 김씨는 2021년 12월 돈을 갚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지급이행각서도 작성했지만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빌려준 돈 못 받았지만, 경찰 "증거불충분"

제공=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전전긍긍하다가 지난해 5월 사기죄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결과는 무죄였다. 이유는 증거불충분. 알고 보니 김씨는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씨는 있지도 않은 아파트를 보여줬겠냐며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A씨와 김씨의 진술이 엇갈리는 것을 두고 증거불충분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6500만원을 송금한 것을 두고도 일단 돈을 갚을 의사가 있다고도 바라봤다.

A씨의 몽골인 지인 사라(가명)는 "김씨가 조작된 문서를 보여준 것"이라며 "지급이행각서와 금전차용증서 등도 가지고 있는데 왜 사기 혐의에 대한 증거불충분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A씨의 임금이 2600만원가량 체불된 점도 경찰이 고려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A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국인노동자의 불안한 처지는 악용하기 쉽다. 2017년 51만8000명이던 이주노동자는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 34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체불임금은 2021년 기준 1183억원으로 2016년(686억원) 대비 두 배까지 불어났다.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는 불법체류자까지 넓히면 피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무방해죄 고소당하며 출입국관리사무소로…돈 못 받고 추방 위기

돈을 떼인 A씨는 현재 전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갇혀 있다. 지난해 11월 돈을 갚으라며 변호사와 함께 김씨를 찾아갔지만 오히려 업무방해죄 혐의로 고소당했다. 사기죄로 고소할 당시엔 '출입국 통보의무 면제제도'로 강제 추방을 면했지만 고소당하면서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만약 이대로 추방된다면 불법체류자였던 A씨는 떼인 돈을 받기 어려워진다. A씨 측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권리구제 절차를 신청하면 보증금 예치를 조건으로 보호를 일시해제 할 수 있지만 전주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사라는 "불법체류자라고 사기 당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들의 불리한 처지를 악용하고 관심을 꺼놓기보다는 피해 회복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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