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 구속… '혐의 소명, 증거인멸·도주 우려'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검거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일 검찰에 구속됐다.

수원지법 김경록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전 2시께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발부 사유를 밝혔다.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도 김 전 회장과 함께 구속됐다.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김 판사는 심문 절차 없이 관련 기록을 검토한 뒤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전날 김 전 회장측과 검찰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전날 오후에 열 예정이었던 심문이 취소됐다.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규명하는 데 탄력이 붙게 됐다. 김 전 회장을 기소하기 전까지 연일 그를 불러 조사하면서 각종 혐의에 대해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바로 김 전 회장을 구속 후 처음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는다. 사건별로는 4500억원 상당의 배임 및 횡령, 200억원 전환사채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640만 달러 대북 송금,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에 3억원 뇌물공여, 임직원들에게 PC 교체 등 증거인멸교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다.

조사는 특히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발행과 매각 등 복잡한 거래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비자금을 만들었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넣지 않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된 내용도 김 전 회장을 통해 살펴볼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진술 거부나 묵비권 행사 없이 조사에 임하고 있다. 그는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에 대한 뇌물공여와 증거인멸교사, 대북 송금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지만, 횡령과 배임 등 나머지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계열사 간 필요에 따라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했는데, 그 과정에 절차나 법리상 잘못된 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특정한 목적을 위해 돈을 빼돌린 것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전 부지사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성이 없고 북한에 건넨 돈도 회삿돈이 아닌 개인 돈이라는 취지로 검찰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라며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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