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장이 쏘아 올린 '대형마트 평일 휴무'

내달부터 대구 대형마트 의무휴무 평일로 전환
마트노조 "노동자와 협의 없고 건강권 우려"
대구서 정착되면 전국 확대될 수도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했던 대형마트 규제가 도입 10년 만에 완화될 전망이다. 특·광역시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대구를 타 지자체도 좇게 될까. 노조 측은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소상공인 생존권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12년부터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일요일 의무 휴업과 새벽 시간 영업금지 제한을 받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실제 지역 상권 보호와 활성화에 실익이 없고 주민들의 불편만 야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는 등 유통환경이 급변한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휴일 휴무가 전통시장 활성화로 직결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다.

2019년 9월8일 문 닫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점포./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에 대구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의 첫 신호탄을 쐈다. 지난 13일 대구시와 8개 구·군은 특·광역시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월요일로 변경하기로 행정 예고했다.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대구지역 대형마트는 내달 13일부터 둘째, 넷째 주 월요일에 쉬게 된다. 현재 대구에서 의무휴업 대상은 대형마트 17곳, 기업형슈퍼마켓(SSM) 43곳 등 모두 60곳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반발하고 나섰다. 마트노조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대구시장이 한 달에 단 두 번뿐인 마트 노동자의 일요일을 빼앗아 가는 업무 협약을 마트 노동자들과 합의도 없이 대형 유통재벌들과 지역 일부 상인단체만을 모아 진행했다"고 규탄했다.

대구시와 노조가 충돌하는 지점은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다. 이 조항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 결정권은 기초단체장에게 있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은 행정예고, 의견수렴 등 행정절차를 거쳐 의무휴업일을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가 반발하는 지점 역시 같은 조항이다. 이 조항은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의 목적을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대규모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이라고 명시해두고 있다. 마트 노조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해치고,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해당 조항에 따르면 기초단체장은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해야 하는데,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와 8개 구·군은 전통시장, 유통업체 관계자 등과 협의를 거친 뒤 지난달 19일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노조는 이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마트 노동자가 배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하면 근로조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마트 노동자가 이해당사자로서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이 지역 유통업 발전의 새로운 방향을 도모하고 대구 시민에게도 공휴일 쇼핑의 편의성이 제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형마트 일요 휴무를 한다고 해서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게 아니다. 가진 자나 부자의 것을 억누르면 못 가진 자에게 돌아간다는 잘못된 논리 구조를 갖고 좌파들이 주장해서 만든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이어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에 대해서는 다른 정책으로 살려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이 '전통시장·소상공인 죽이기'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답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구시는 대·중소 유통업체 상생 협력 방안 등을 마련하고 전통시장 활성화 및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등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시에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타 지자체로도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마트노조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무휴업의 평일 변경은 노동자 건강권과 소상공인 생존권을 강탈하는 것"이라며 "이해당사자인 마트 노동자들 동의 없이는 이를 변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에서 이대로 의무휴업 평일 변경이 추진되면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과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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