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만달러 외화송금 사전신고 규제 없앤다

정부, 新외환법 제정 검토
사전신고서 사후통보 변경
대외건전성 개선된 배경
외환보유액 4232억달러
탈세·자금세탁 모니터링 강화

[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정부가 연간 5만달러 이상 외화 송금시 사전 신고해야 하는 규제를 없애는 신(新) 외국환관리법(외환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해외 유학이나 여행, 개인 간 송금 등 개인의 일상적인 외화거래 과정에서 사전 신고 의무를 없애고, 사후 통보로 전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16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신 외환법 기본방향을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신 외환법은 지난 1999년 제정된 외국환관리법을 폐지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외환거래법을 새로 도입하자는 취지다. 외자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기존 외국환관리법으로는 현재 경제 규모에 맞은 법·규정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 외환법의 핵심은 국민 입장에서 해외 유학이나 여행, 개인 간 송금 등 외환 거래 과정에서 사전 신고 의무를 없애는 것이다. 현행 외국환거래법령에 따르면 5000달러까지 해외송금은 자유롭지만, 이를 넘어설 경우 거래 외국환은행을 지정 후 송금해야 한다. 외국환 송금 규모가 해당 연도 기준 5만달러를 넘으면 외국환거래은행 영업점을 통해서만 송금할 수 있다. 송금에 앞서 사유와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류를 사전 신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이 유학 목적으로 미국에 1년간 체류할 경우 월세 보증금과 차량구입비, 학교 입학금 등 용도로 송금 금액이 5만달러를 넘을 경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송금 이후에 매매가 이뤄지는 데 매매 전 거래를 서류상 증빙해야 하는 방안도 모순으로 지적됐다. 만약 신고 누락이 적발되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벌금,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신 외환법이 도입될 경우 일상적인 외환거래에서 사전신고 원칙이 사라져 보다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해진다. 거래 유형이나 상대방, 규모 등 부분만 사후신고하면 된다. 단 사전신고 해야 하는 거래는 법규상으로 열거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외환 유출입 등 당국의 모니터링이 필요한 거래나 당국의 사전 인지가 필요한 거래 등 척도에 따라 신고 대상으로 남겨둘 거래는 별도 분류한다는 구상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부가 신 외환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거래 절차가 복잡한 외국환거래법을 한국경제 규모에 맞게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생긴 대외건전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외환보유액 역시 지난해 11월 말 기준 세계 9위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4232억달러로 외환위기 전인 1996년(332억달러)보다 12.7배 늘었다. 대외채무 중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채무의 비중 역시 외환보유액 대비 1996년 211.4%에서 2021년 35.6%로 감소하며 대외지급 능력이 개선됐다.

증가하는 외환거래 수요 역시 외환법 제정의 필요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 대외금융자산은 2조1784억달러로 1999년(1571억달러) 대비 13.9배 늘었다. 지분투자를 포함한 직접투자, 주식, 채권, 파생금융상품 등 대외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외국환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2020년(528억4000만달러) 대비 10.3% 늘어난 583억1000만달러로 2008년 통계 개편 이후 가장 많았다. 이에 비해 외환거래의 편의성은 크게 뒤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21년 외국환거래법규를 위반한 경우는 1408건으로 금융소비자가 외국환 거래 시 법상 신고·보고 의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대외지급능력 개선을 바탕으로 늘어난 외환거래의 편의성을 제고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향후 은행으로 한정된 외국환 거래기관은 모니터링 역량 등 기준을 충족한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에 법·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국회 입법 과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외환거래 제한이 풀리는 만큼 탈세 및 자금 세탁 등 범죄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사후 보고 등을 통한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 다른 법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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