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뗐다. 지난 12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3차 공청회에 참석한 김씨는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이태원 국조는 오는 17일 종료되는 만큼 관계부처 책임자에 대한 추궁도 끝났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아직도 참사가 벌어진 그날, 이태원에 있다. 유가족들은 이날 공청회에서 "단 한 번이라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가족을 만난 적도 사과한 적도 없다"고 절규했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허위·부실자료와 책임회피성 답변, 일부 국조위원의 정쟁을 지켜보면서 실망감과 좌절감이 컸다고 했다.
참사 규명의 가장 기초단계인 당사자 증언은 국조 마지막에서야 이뤄졌다.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가족 대면을 놓고 여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유가족 증언은 가장 마지막 순서로 미뤄졌다. 여당은 유가족 증인 숫자가 너무 많다는 점도 문제를 삼았다고 한다.
국조에서 참사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표면적인 이유는 여야간 정쟁이다. 하지만 곰곰히 뜯어보면 정부의 책임 회피가 진상 규명을 가로막았다. 여야간 협상이 더뎌질 때마다 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은 '지도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움직일 수도, 어떠한 입장을 표할 수도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정부여당은 이 장관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유가족은 최대한 멀리했다. 정부여당은 유가족이 좌절과 분노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 여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두려운 것이 아닌가.
참사는 예기치 못하게 벌어졌지만, 이후는 분명 달라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면하고 함께 개선점을 찾는 일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