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일 이웃만 때리는 中…G2 자격 있나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각국의 행동에 대한 중국의 참을성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미국은 극도로 나쁜 일을 해야만 상응 조치를 취하지만 한국은 조금만 그렇게 해도 타깃으로 삼는다."

한국, 일본 양국만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비자 발급 중단 조치에 대한 중국 외교 전문가 스인훙 인민대 교수의 해석이다. 그는 최근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한국은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다"며 중국 입장에선 이웃인 한국이 공략하기 쉽다고 했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가 대중 방역을 강화했는데 중국이 한국, 일본만 콕 집어 보복하고 나선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사실상 만만하니 본보기로 삼았다는 뜻이다.

중국의 '강약약강(강자엔 약하고, 약자엔 강하다)'식 태도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보복이 있기 전 외신에선 미국발(發) 대중 공세 강화 보도가 쏟아졌다. 중국을 겨냥한 북미 3국 정상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 강화, 미국 하원의 '중국특위' 결의안 통과, 주일 미국대사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논의와 같은 소식들이다. 전부 하루 이틀 새 나온 보도다. 그런데도 중국은 미국엔 입도 뻥긋 못한 채 코로나19로 장기간 중단된 항공편 운항을 정상화하자고 손짓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한국에만 차별적 조치를 취하는 중국을 보면 신뢰를 기반으로 한 대중 외교는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칩4 동맹 등 우방국과 손잡고 대중 포위망을 강화하는 미국을 외면하기 힘든 우리가 중국 입장에서도 불편할 순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처한 정치·외교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중국의 차별적인 조치는 이웃국가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중국의 일방적인 보복으로 우리 정부와 기업은 또 '차이나 리스크'를 마주하게 됐다.

세계는 미중 패권경쟁을 이야기한다. 과연 중국이 'G2(주요 2개국)'의 자격이 있을까. '가치동맹' 기반의 한미관계를 두고 전략적 모호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 나라인가. 확신하기 어렵다. 미중 경쟁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는 우리의 우선순위가 어느 나라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명쾌해 보인다. 얼마 전 만난 외교관 출신 한 기업인은 "대중 외교는 저자세로 나갈수록 어렵다. 한미 관계 없인 한중 관계도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편협한 보복 사태 이후 이 말이 귓가를 맴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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