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안전할까?' 신도림육교 붕괴 나흘전 예견 글 화제

안전 'A등급' 받은 육교, 주저앉아
"추위 영향? 외부 요인 감안하고 시공해야"
"인명피해 없던 건 운이 좋았을 뿐"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3일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역 인근에 있는 도림 보도육교가 한밤중 엿가락처럼 내려앉아 통행이 제한 됐다. 붕괴위험 신호는 사고 전 이미 있었다. 한 시민은 지난달 31일 '육교의 안전성이 의심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별다른 조처는 없었다.

개통된 지 6년가량밖에 안 된 이 육교는 지난달까지 진행한 안전 점검에서 A등급을 받기도 했다. 육교가 붕괴된 건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새벽 시간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육교 주저앉은 느낌"…붕괴 사흘 전, 커뮤니티에 글 올라와

도림 보도육교는 도림천을 사이로 둔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연결하는 폭 2.5m, 연장 104.6m의 보행교다. 철강재를 삼각형으로 엮어 만든 트러스 구조에 교각이 없는 아치 형태다. 총사업비 28억원을 들여 2016년 5월 말 개통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육교는 제3종 시설물로 분류돼 1년에 두 번 정기 안전 점검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2월 15일까지 진행된 점검에서는 A등급(이상 없음)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불과 2주 뒤 붕괴 조짐은 포착됐다. 한 누리꾼은 붕괴 사흘 전인 지난달 31일 "육교가 주저앉은 느낌이 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 시민이 도림보도육교 붕괴 나흘 전인 지난달 3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붕괴 위험성을 알렸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누리꾼은 직접 촬영한 육교 사진을 공유하며 "예전 사진을 찾아 비교해보니 확실히 구조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약간 아치형이었던 것 같은데…."라고 썼다. 사진 속 육교는 아치형보다는 직선형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누리꾼은 이런 내용의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민신문고에는 "육교에 외형에 변형이 생겨 안전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관할인 영등포구의 별다른 조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 "형식적인 안전진단 사고 못 막아"

구는 육교 붕괴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여름과 겨울) 온도 차에 의한 수축 팽창이 일어난다. 그런 부분도 (육교 붕괴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애초 육교의 구조적 결함에 무게를 실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정확한 붕괴 원인은 현장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구조나 시공 자체의 문제일 것"이라며 "육교 등 건축물은 날씨의 영향을 당연히 받는다. 그렇지만 붕괴가 되는 경우는 드물며, 시공할 때 그런 외부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육교 자체에 부실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교수는 "붕괴한 것도 문제지만 무너지기 얼마 전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위험 신호가 있었음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안전진단, 사고 예방시스템이 형식적 수준이라는 것이다. 인명피해가 없는 것은 운이 좋았던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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