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에도 떠난 임원은 챙긴다…기업 ‘고문’의 세계

위기경영·세대교체 속 앞당겨진 퇴임
전문지식 갖추고 그룹 내 비밀도 잘 알아
자문·고문역 위촉하고 1~2년 사후 관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한예주 기자] 임원은 임시직원을 줄인 말이라고들 한다. 연말이면 수많은 임원이 탄생한다. 뒤집어 보면 그 숫자에 해당하는 임원이 옷을 벗는다. 그러나 큰 기업들은 회사를 위해 헌신한 임원들에게 나름 예우를 한다. 퇴임 임원을 이른바 고문, 자문으로 1~2년간 모시는 것이다. 주요 기업 고문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알아봤다.

삼성그룹은 퇴임 시 직급에 따라 퇴직 임원들 대우를 하고 있다. 사장급 이상은 1~2년간 고문역으로, 부사장급 이하는 자문역으로 위촉한다. 급여는 현직의 최대 70%까지 준다. 최상위급인 상근 고문들에게는 사무실과 차량도 제공한다.

고문, 자문 모임도 있다. 사장 모임인 성대회나 임원 모임 성우회를 비롯해 여러 퇴직 임원 모임을 운영 중이다. 가끔 현직 임원들이 모임 멤버들을 모시고 골프대회 같은 행사를 한다.

고문, 자문들은 각 분야의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핵심 경영 현안을 다루던 만큼 기업 비밀이나 총수에 관련된 정보까지 가지고 있어 사후 관리 차원에서도 퇴임 임원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퇴직한 임원이 회사를 상대로 급여나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내기도 한다. 얼마 전 특허를 관리하던 삼성전자 임원이 퇴사 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는 2011년에 경력컨설팅센터를 확대해 임직원들의 퇴직 후 재취업이나 창업을 돕고 있다. 경력컨설팅센터는 서울·수원·기흥에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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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통상 1~2년간 ‘위원’으로 퇴직 임원을 예우한다. 비상임직이지만 사내에 사무실을 내주고 차량과 기사를 지원한다. 차량은 퇴임 전 이용하던 차량이나 한단계 낮은 급으로 제공한다. 급여는 직급이나 개인별로 다르지만, 임원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성과급(인센티브)이 없다.

또 SK는 퇴임 임원 전용공간인 ‘아너스라운지’를 조성해 사무공간과 심리·생활·진로 상담, 전직 및 창업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아너스라운지는 서린동과 삼성동에 자리하고 있다. 임원들이 퇴직하는 나이가 앞당겨지는 만큼 남은 인생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SK측은 "과거 퇴직 임원들은 기업에서 제공하는 여러 혜택을 누리면서 인생 2막을 설계했다면 최근에는 퇴직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재취업을 고민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인적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무 이상 퇴임 시에는 ‘자문’, 사장 이상은 ‘고문’이란 직급을 준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급여는 없지만, 재직 시 기본급보다 다소 적은 수준의 돈을 받는다. 일부 상근 고문급만 사무실이나 차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극히 소수로 대부분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LG그룹 사장급 이상 퇴직 임원은 길게는 3년까지 고문 자격으로 월급을 받는다. 개인사무실은 물론 비서와 차량도 제공한다. 부사장이나 전무, 상무로 퇴직한 임원들에게는 자문역을 맡기고 공용 사무실을 쓰게 해 준다. 특히 1992년부터 퇴직 임원을 예우하기 위해 ‘LG크럽’을 운영 중이다. 퇴직 임원들이 자율적으로 모임을 갖고 새 사업을 구상하거나 전업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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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나 포스코그룹도 퇴직 임원들을 고문·자문역으로 위촉하고 현직의 40~60%에 해당하는 연봉을 주고 있다. 특히 포스코를 퇴직한 임원들은 자체 모임인 '중우회'를 운영하면서 과거 회장 인선이나 협력업체 선정 등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고문, 자문 역할을 맡은 전직 임원들은 무력감을 호소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점차 일에 대한 부담 없이 임원 시절과 맞먹는 월급을 받으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시기라는 생각을 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요즘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임원을 단 사람이 많아 퇴임 후 재취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고문 자리를 이직의 발판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쉬면서 돈을 받으니 현역 시절보다 좋다는 사람도 있다"는 설명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IT부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산업IT부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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