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지난달 공군 19전투비행단 소속 KF-16C 전투기 추락 사고는 연료펌프의 구동축을 고정하는 너트를 연결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창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인 셈이다.
특히 군 당국은 이 사고를 계기로 항공기 전반에 대한 특별 정밀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26일 원주기지 소속 KA-1 경공격기 1대가 기지이륙 중 또 다시 추락했다. 이로써 공군 전투기가 올 들어 5차례나 추락하면서 영공 수호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군은 지난달 20일 발생한 19전투비행단 소속 KF-16C 전투기 추락 사고 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항공기의 잔해를 수거해 정밀 분석한 결과, 엔진 정지의 원인은 연료펌프 구동축 톱니바퀴가 비정상적으로 마모돼 연료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톱니바퀴의 마모는 연료펌프의 구동축을 고정하는 너트를 연결하지 않은 게 원인으로 파악됐다. 공군은 12년 전인 2010년 해당 전투기의 창정비 과정에서 문제의 너트가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연료펌프 구동축 톱니바퀴를 비롯한 KF-16C 전투기의 부품들은 엔진 작동 4000시간마다 정비창에 들어가 점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사고 항공기는 2010년을 마지막으로 해당 부품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공군은 향후 엔진이 같은 기종에 대해 비파괴 검사 등 특별점검을 벌여 동일한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검사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기체부터 순차적으로 비행이 재개될 예정이다.
공군은 또 창정비 불량이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사고기의 정비를 맡았던 인력을 대상으로 문책위원회를 구성, 책임 소재와 징계·처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오후 8시5분께 19전투비행단 소속 KF-16C 전투기가 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중 강원 원주기지 서쪽 20㎞ 지점의 경기 양평군 산악지역에 추락했다. 조종사는 공중 재시동을 2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민가가 없는 쪽으로 기수를 돌린 뒤 비상 탈출했다.
KF-16 기종은 우리 공군의 4세대 주력 전투기로, 1차 차세대 전투기 사업(KFP)을 통해 도입된 F-16 계열 전투기다. KF-16 계열 전투기는 앞서 1997년 8월 이후 연료 도관 부식 등 원인으로 7차례 추락 사고를 일으켰다.
특히 2007년 7월에는 '비행 착각'으로 사고가 나 조종사 2명이 모두 순직했고, 2019년 2월에는 부품 고장으로 추락 사고가 났다.
한편 공군에선 올 들어서만 모두 5차례 전투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1월에는 경기 화성시의 한 야산에서 F-5E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순직했고, 4월에는 경남 사천시 제3훈련비행단에서 KT-1 훈련기 2대가 훈련 중 공중충돌한 뒤 추락해 학생조종사와 비행교수 등 4명이 숨졌다.
이어 8월 들어서는 또다시 경기 화성시에서 F-4E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비상 탈출했고, 지난 26일에는 강원 횡성군에서 KA-1 경공격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비상 탈출했다.
▲1997년 8월6일 = 경기 여주시 여주전문대 뒤편 논에 KF-16C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1명 비상 탈출.
▲1997년 9월18일 = 충남 서산 일대에서 비행훈련 중이던 KF-16C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1명 비상 탈출.
▲2000년 10월4일 = 충북 진천군 초평면 상공에서 훈련 중이던 F-4E 전투기 1대 추락.
▲2001년 4월18일 = 충남 금산군 부리면 인근 야산에 F-4E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2명 비상 탈출.
▲2001년 6월8일 = 경북 안동시 풍천면 일대 야산에서 훈련 중이던 F-16 전투기 추락. 조종사 2명 비상 탈출.
▲2001년 10월5일 = 강원 영월군 필승사격장에서 공대지 전술폭격 훈련 중이던 F-4E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2명 순직.
▲2002년 2월26일 = 충남 서산 일대에서 비행훈련 중이던 KF-16C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1명 비상 탈출.
▲2002년 9월18일 = 경북 상주시 사벌면 야산 중턱으로 공군 F-16D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2명 비상 탈출.
▲2002년 10월4일 = 전북 군산시 옥구읍 자양중학교 앞 논에 공군 F-4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2명 비상 탈출.
▲2003년 5월13일 = 경북 예천군 유천면의 한 비닐하우스로 F-5E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1명 순직.
▲2003년 9월19일 = F-5E 전투기 2대가 훈련임무 도중 충북 영동지역 산악에 추락. 조종사 2명 순직.
▲2004년 3월11일 = F-5E 전투기 2대가 서해 상공에서 충돌. 조종사 2명 순직.
▲2005년 7월13일 = F-5F 및 F-4E 전투기가 서해와 남해에 잇따라 추락. 조종사 4명 순직.
▲2006년 1월27일 = F-16C 전투기 1대가 충북 충주시 일대에서 추락. 조종사 1명 비상 탈출.
▲2006년 5월5일 =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A-37 공중곡예기 1대가 수원비행장 상공에서 곡예비행 중 추락, 조종사 1명 순직.
▲2006년 6월7일 = F-15K 전투기 1대가 동해 상공에서 야간 비행훈련 중 추락. 조종사 2명 순직.
▲2007년 2월13일 = 충남 보령시 웅천사격장 상공에서 훈련 중이던 KF-16C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1명 비상 탈출.
▲2007년 7월20일 = 충남 서산기지 이륙 후 남서쪽 약 90㎞ 상공에서 야간 요격훈련 중이던 KF-16D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2명 순직.
▲2008년 11월4일 = F-5E 전투기 2대가 경기 포천시 상공에서 충돌. 1대 추락하고 나머지 1대 무사귀환. 추락기 조종사 비상 탈출.
▲2009년 3월31일 = 충남 서산기지에서 이륙한 KF-16D 전투기 1대가 태안반도 서쪽 해상에 추락. 조종사 2명 비상 탈출.
▲2010년 3월2일 = 강원 평창군 황병산 인근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F-5E 및 F-5F 전투기 추락. 조종사 3명 순직.
▲2010년 6월18일 = 강원 강릉시 동해 상공을 비행 중이던 F-5F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2명 순직.
▲2011년 12월5일 = 경북 예천군 제16전투비행단 인근에서 공군 T-59 훈련기 1대 추락. 조종사 2명 순직.
▲2012년 11월15일 = 강원 횡성군 야산에서 공군 '블랙이글스' T-50B 공중곡예기 1대 추락. 조종사 1명 순직.
▲2013년 8월28일 = 광주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 동쪽 1.6㎞ 지점 공터에 T-50 고등훈련기 1대 추락. 조종사 2명 순직.
▲2013년 9월26일 = 충북 증평군 도안면 행갈마을 뒷산에 F-5E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1명 비상 탈출.
▲2016년 3월30일 = 경북 청송군 부남면에 F-16D 전투기 1대 추락.
▲2018년 4월5일 = 경북 칠곡에서 F-15K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2명 순직.
▲2019년 2월27일 = 전북 군산기지에서 이륙한 KF-16D 전투기 1대가 충남 태안 궁시도 인근 해상에 추락. 조종사 2명 비상 탈출.
▲2022년 1월11일 = 경기 화성시 정남면 야산에 F-5E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1명 순직.
▲2022년 4월1일 = 경남 사천시 제3훈련비행단에서 KT-1 훈련기 2대가 비행훈련 중 공중충돌 뒤 추락. 학생조종사 및 비행교수 등 4명 순직.
▲2022년 8월12일 =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F-4E 전투기 1대 추락. 조종사 2명 비상 탈출.
▲2022년 11월20일 = 강원 원주기지 서쪽 약 20㎞ 상공에서 전투초계 임무 수행 중이던 KF-16C 전투기 1대 엔진 이상으로 추락. 조종사 1명 비상 탈출.
▲2022년 12월26일 = 강원 횡성군에서 KA-1 경공격기 1대 추락. 조종사 2명 비상 탈출.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