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에너지 요금 폭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영국에 '난방 쉼터(warm space)' 수천 곳이 문을 열었다.
26일(현지시간) 현재 영국 웜 웰컴(Warm welcome) 캠페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난방 쉼터는 영국 전역 3723곳에서 운영 중이다.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는 "올겨울, 난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기 위해 공간을 제공하는 기관들을 지원한다"라는 안내가 나와 있다. 이어 우편 번호 입력과 지도 검색을 통해 희망 지역에서 운영 중인 난방 쉼터 정보 접근이 가능하다.
이 캠페인에는 교회 등 종교 단체, 시민 단체, 기업 및 지역 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운영 주체는 제각각 다르지만, 이번 겨울에 그 누구도 난방으로 인한 고통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작은 동네 교회 공부방으로부터 커뮤니티 센터,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난방 쉼터의 규모와 운영 방식은 다양하다. 주중 하루만 개방하는 곳도 있고, 주중 5일 내내 문을 여는 장소도 있다. 모든 공간은 따뜻하게 난방을 가동 중이며,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 어떤 곳은 차나 커피와 같은 간단한 다과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 동부 노리치시의 한 복지 단체에서 일하는 그레이스 리처드슨은 CNN에 "올겨울 따뜻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집에 있는 모든 스위치를 끄고 생활비를 아낄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며 "쉼터 이용자들이 대부분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도 난방비를 제대로 낼 수 없다는 것이 (이전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리처드슨이 운영하는 쉼터에는 매일 25명 정도의 이용객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는데, 이들은 젊은 부모, 20대 학생, 연금 수급자 등으로 나이도, 신분도 다양하다.
영국의 에너지 요금은 지난해 초부터 급격히 증가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올 10월까지 1년간의 영국 가스 및 전기 요금은 각각 129%, 66% 증가했다. 영국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계 에너지 요금 상한을 연 2500파운드(약 385만원)로 제한했지만, 그래도 이는 지난해 1277파운드보다 96%나 오른 수치다.
한편 영국의 에너지 위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유럽 국가들은 요금 인상을 제한하는 등 에너지 공급자에 대한 직접 규제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영국은 요금 할인 등의 방법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등 비교적 규제가 약해 에너지 비용 상승 폭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각 지자체별로 겨울철 난방시설이 구비된 관내 경로당·복지관 또는 인근 숙박업소 등에 한파쉼터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