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는 늘고 집값은 반토막…노도강 영끌족 혹독한 겨울나기

금리 올라 이자 부담 가중
더 큰 평형 더 싸게 매물 올라오기도
집값 하락폭 커 '경착륙' 위기 직면

일단 버티기 모드지만
금리 더 오르면 감당 어려운 이들 많아
손해 감수하고서라도 '패닉셀' 가능성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해 7월 노원구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한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부동산 앱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본인이 사는 곳보다 더 큰 평형의 매물이 1년 전 자신이 매수한 가격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직거래 된 실거래가는 이미 매수가격과 엇비슷한 상태. 1년 만에 재산정된 금리는 5% 가까이 올라 매달 은행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80만원 이상 불었다. A씨는 "생활비를 아끼며 버티고 있는데 금리가 한 번 더 오르면 더는 어려울 것 같다"며 "집값마저 급격히 떨어지는 걸 보니 어리석은 선택을 했던 건지 자괴감이 들어 매일 밤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의 막차라 생각하고 서울 외곽 지역에 집을 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들이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통상 이들은 집값 상승기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 더 나아가 보험사 대출 등을 최대치로 끌어모아 실거주 목적의 내 집 마련에 성공한 2030 세대들이다. 하지만 중장년층에 비해 수입이 적은 탓에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집값 하락폭이 큰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에 둥지를 틀어 '집값 경착륙'의 위기에도 직면했다. 지금은 '버티자' 모드지만, 내년 금리가 한 차례 더 오르면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거 '패닉셀'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노·도·강 지역의 집값은 일제히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노원구다. 11월 기준 전월 대비 2.82% 하락해, 25개 자치구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노원구는 올 한 해만 누적 기준 7.34%가 하락해 지난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실제 거래 가격은 억 단위로 떨어져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사례도 적지 않다. 일례로 노원구 대상 아파트로 꼽히는 상계동 포레나 노원은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11월 7억7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8월) 대비 2억1700만원이 떨어졌다.

도봉구와 강북구 역시 경착륙 위기에 놓여있다. 도봉구의 매매가격은 올 6월 전월 대비 0.03% 하락한 이후 그 폭을 키워 11월 1.13%까지 확대됐다. 강북구는 올 6월까지만 해도 0.01%의 소폭 상승세를 보였으나 7월부터 5개월간 누적 기준 1.96%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소강상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하락폭은 매달 커지고 있고,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거나 하락폭이 오히려 더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거주 중인 영끌족에게 집값 하락이 좌절감을 안겨주는 존재라면, 금리 인상은 직접적인 부담이다. 대출금리 재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4.34%까지 뛰었다. 2010년 공시 이래 처음으로 4%대를 넘어선 것으로, 이를 반영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또 올라 7% 후반대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상단이 4.5%까지 뛰었다. 우리나라와의 기준금리 격차가 1.25%포인트 더 벌어지면서 국내 금리 역시 내년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미국이 내년 역시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우리나라 주담대 이자 상단이 10%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년 변동금리 상품에 가입해 내년 재산정을 앞둔 영끌족으로서는 더이상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버틸 수 있으면 버텨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영끌족 중에서는 여윳돈이 생기면 대출을 갚아나가거나 생활비를 아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도봉구에 아파트를 산 B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로 빌린 6000만원을 최근 모두 상환했다. B씨는 "결혼 이후 가족 계획을 위해 남겨놓은 여윳돈이었는데 내년 금리가 재산정되면 부담이 얼마나 더 커질지 알 수 없어 대출부터 갚았다"고 말했다. 강북구에 아파트를 매수한 C씨는 최근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마련한 1500만원을 신용대출 일부를 갚는 데 썼다. C씨는 "청약통장은 웬만하면 살려두라고 하지만 1주택자가 되면서 활용도도 떨어졌고, 몇십만원이라도 당장의 이자 부담을 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며 "10년 이상 모아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 한차례 금리가 더 오르면 이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영끌족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노원구에는 아파트를 산 20대 1인 가구들도 적지 않은데, 금리가 더 높아지면 1~2년 전 패닉바잉에 나섰던 이들이 이번엔 손해를 보더라도 매물을 내놓는 패닉셀을 할 수도 있다"며 "이런 사례가 눈에 띄게 늘면 일대 집값은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