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기자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카카오페이 주가가 바닥권을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자 바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매도 물량이 나왔다. 고평가 논란과 경영진 '먹튀' 등으로 홍역을 치른 터라 이를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일 카카오페이는 조상현(자회사 KP보험서비스 감사)씨가 카카오페이 4083주를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약 2억6000만원어치에 이르는 규모다. 11월 18일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받은 후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도했다. 최근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자 이를 틈 타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경영진의 먹튀 논란으로 개인 투자자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카카오페이가 2021년 12월 상장한 지 1개월 만에 경영진 8명이 스톡옵션(행사가 5000원)으로 받은 주식 44만993주를 매도해 878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은 상장사 경영진 등 내부자가 스톡옵션을 행사해 자사주를 처분하려면 사전에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이 나오는 계기가 됐다. 금융위원회는 9월 12일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 방안을 확정해 공개했다. 상장사 경영진이나 주요 주주 등 내부자가 회사 주식을 거래하려면 최소 한 달 전에 관련 내용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금융위원회는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는 올해 2월 실적발표회에서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사과의 뜻을 밝히고 6월과 9월에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시장의 신뢰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카카오그룹주와 더불어 여전히 '국민 밉상주' 신세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또 스톡옵션으로 차익을 챙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논란에도 그나마 카카오페이 주가는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회사의 기업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호재가 나와서다. 지난해 11월 상장 직후 24만8500원이던 주가는 지난 10월 3만원대로 하락했다. 10월 17일 3만2450원을 기록해 상장 직후 대비 86.9%나 폭락했다. 이후 주가는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11월 14일 장중 7만900원까지 올랐다(종가는 6만8200원).
카카오페이의 로카모빌리티 인수 가능성이 호재로 작용했다. 로카모빌리티는 롯데카드의 자회사로, 이비카드·마이비 등 지역 교통카드를 통합한 브랜드 캐시비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로카모빌리티를 인수하면 매출 증대와 더불어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 진출에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덕분에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목표주가를 상향한 보고서도 등장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카카오페이가 로카모빌리티를 인수하면 총거래액(TPV)·매출 증가, 오프라인 가맹점 확장에 따른 성장 여력 확대 등으로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가 7조4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오를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4만원에서 7만3000원으로 82.5%나 올렸다. 임 수석연구원은 이어 "카카오페이증권 증자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을 감안하면 현재 보유한 순현금은 미래 성장동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