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올해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은 63개국 중 8위다. 신기술적응도 1위, 사업능력 2위, 과학기술 3위다. 디지털 규제만 23위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장은 6일 스위스 IMD 조사 결과를 인용해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협이 이날 오후 한국정보산업연합회(FKII)와 함께 서울 삼성동 무협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한 '디지털 이니셔티브 세미나' 개회사를 통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전망이지만, 가트너에 의하면 세계 기업 소프트웨어(SW) 지출은 10%가량 늘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다. 올해 7900억달러(약 1036조원)에서 내년엔 8790억달러(약 1153조원)로 11.3% 증가할 전망이다. IT 서비스 지출도 올해 1조2500억달러(약 1639조원)에서 내년 1조3500억달러(약 1770조원)로 7.9%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 혁신 분야는 바로 규제"라며 "타다금지법, 위헌 결정이 난 로톡금지법, 직방금지법, 메타버스 규제법 등 수많은 금지 혹은 규제 입법은 우리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환기했다. 이어 "해당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외국기업에 압도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전환 이후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일각의 전망은 기우라고 정 부회장은 진단했다. 오히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늦어지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돼 고용이 축소될 수 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일본의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1000명 당 로봇 1대 증가 시 고용은 2.2% 늘었고, 스페인에서도 1998~2016년 산업용 로봇을 도입한 기업의 고용은 50% 는 반면, 미도입 기업은 20% 감소했다"고 했다.
세미나에 참여한 패널들도 AI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장동인 AIBB랩 대표는 'AI와 비즈니스 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콜센터 AI모델 도입 등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하는게 중요하다"며 "같은 산업 내 기업의 디지털 전환 사례를 잘 벤치마킹하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택 디지털 이니셔티브그룹 대표는 내년 디지털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트랜드에 대해 발표했다. 김 대표는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해 내년에는 기업들의 마케팅 비용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구글이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크롬 내에서 쿠키 제한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디지털 마케팅 및 광고 기업들은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 방식을 고안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양희원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원은 '디지털 기반 ESG를 통한 지속 경영' 발표에서 "미국 모건스탠리 MSCI 자료에 따르면 ESG 관리 수준이 높은 기업은 관리 수준이 낮은 기업에 비해 기업 고유위험과 조직적 위험이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환기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ESG와 디지털 전환을 별도의 과제로 인식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어 중복으로 업무 프로세스 개선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ESG 활동에 디지털 전환을 활용하면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