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국내 주택 사업 호황기가 저물면서 건설사들의 보릿고개가 현실화 되는 가운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주택 사업 영향이 적고, 해외 수주 확대가 기대되는 종목에 대한 접근을 권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최근 6개월간(5월 30일~11월 25일) 주가 추이를 보면 3.29% 상승해 2만5100원을 가리키고 있다. 반년간 코스피 수익률(-8.68%)을 크게 웃돈 것이다. 같은 기간 동종업계인 GS건설(-41%), 대우건설(-24%), DL이앤씨(-21%), HDC현대산업개발(-19%), 현대건설(-5.5%)과 비교해도 탄탄한 주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금리 인상과 원자잿값 상승으로 국내 주택사업이 고꾸라지면서 건설주에 대한 투심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던 탓이다. 최근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주택사업을 키웠던 건설사의 주가 하락 폭은 더 가팔랐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미분양 아파트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으로 주택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내년 대형 건설회사 주택사업 영업이익률은 평균 0.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4만1604호로 지난해(1만호)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는데, 내년엔 최대 11만호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들은 내년에도 혹독한 겨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택사업 노출이 없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정유, 가스, 석유 화학을 중심으로 하는 화공 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산업 설비, 친환경 플랜트 등을 중심으로 하는 비화공사업 모두 차곡차곡 수주를 쌓으며 매출 기여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주 목표인 8조원은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예상 신규 수주액은 9조원에 달한다.
특히 유가 상승으로 오일머니가 많아진 중동 국가들의 투자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점에 집중해볼 만하다. 중동은 설계, 조달, 시공(EPC) 영역에서 원유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화학 설비, 가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가스 처리시설 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등 신도시 개발을 위한 움직임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EPC 영역에서 발주 확대는 국내 건설사엔 호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매출 기여가 늘고 있다는 점과 중동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주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백 연구원은 “비화공 부문의 경우 그룹사의 투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크게 조정되지 않음을 고려하면 신규 수주에 따라 기업 가치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열한 수주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긍정적이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회사는 EPC의 제조업화(설계 표준화, 모듈화)를 통해 원가 절감을 진행 중”이라며 “Feed-to-EPC로 물량산출 정확도를 높이고 손실 발생 변수를 낮춰 수주 경쟁 완화를 추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도 상향 조정 중이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올해 추정 매출액 평균은 9조6178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두 달 전 추정치인 9조1264억원보다도 50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도 두 달 전 기대치보다 100억원가량 증가한 6472억원으로 추산됐는데 지난해 대비 29% 정도 증가한 것이다.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상향 조정됐는데, 각각 9조7895억원, 674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다른 건설사들의 실적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은 595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두 달 전 추정치인 7214억원보다도 2000억원가량 하향 조정된 것이다. DL이앤씨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43% 감소한 5379억원인데, 올해 초(9638억원)와 두 달 전 추정치(6434억원)를 크게 밑돌 것으로 추산됐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