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세계 5대 육가공 업체와 10대 낙농 업체가 배출하는 메탄가스 양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 배출량의 8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의 트림이나 방귀 또는 분뇨를 통해 배출되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자 에스토니아와 덴마크 등 일부 국가는 축산농가가 배출하는 메탄가스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소 방귀세' 법안을 도입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싱크탱크 농업무역정책연구소(IATP), 환경운동 단체인 체인징 마켓 파운데이션(CMF)이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이들 15개 업체가 배출하는 메탄가스 양이 러시아나 캐나다, 호주 등 몇몇 대국들의 배출량보다 많다고 전했다. 이는 세계 축산업 관련 배출량의 11.1%에 해당하는 수치다. 셰팔리 샤르마 IATP 유럽지국장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우리는 이들 몇 개 회사들이 그렇게 많은 가축을 기르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관련 회사들의 통계 자료가 부실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웠지만 업체별 생산량, 지역별 가축 사육 실태 등에 관한 공개된 자료를 통해 메탄가스 배출량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들 15개 회사들을 한 국가로 보면 10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다"며 "이들 회사의 메탄가스 배출량은 엑손모빌, BP, 셸 등 석유회사들의 배출량을 초과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세계 1위의 육가공 업체인 JBS의 메탄가스 배출량이 독일,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 축산농가의 배출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으며, 세계 2위의 육가공 업체인 타이슨과 미국 최대의 낙농협동조합인 데어리 파머스 오브 아메리카(DFA)는 각각 러시아와 영국 축산 농가들만큼 많은 양의 메탄가스를 배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DFA 대변인은 이메일 답신을 통해 자사와 영국 축산농가의 메탄가스 배출량 비교는 "동일 기준에 의한 비교가 아니며 자극적인 머리기사 제목을 겨냥한 것"이라며 "우리 회사는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JBS와 타이슨은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간 메탄가스는 기후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아왔다. 유엔에 따르면 가축의 트림이나 방귀 또는 분뇨를 통해 배출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80배나 높고 단기간에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배출량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축산농가에 이른바 '소 방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09년부터 축산농가에 방귀세를 부과한 에스토니아에 이어 아일랜드, 덴마크 등도 관련 법안을 도입했다.
소 1000만마리, 양 2600만마리를 사육하는 세계 최대의 낙농국가 뉴질랜드의 경우 오는 12월까지 온실가스 배출 거래제 법안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법안에 따른 수익은 농업 관련 연구, 개발 및 컨설팅 서비스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법안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한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고, 농장 내 삼림을 조성하면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