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리기자
"낙뢰로 외부 전력 공급이 차단되거나 내부 시설이 정전됐을 때, 풍수해가 발생했을 때, 심지어 주차장에 세워둔 전기차에 불이 났을 때 등 가능한 모든 상황을 가정해 대비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경기도 판교에 있는 NHN클라우드의 도심형 데이터센터 'NCC1'에서 만난 박수현 데이터센터운영팀장은 시설의 안정성에 대해 자신 있게 답했다. SK(주)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이메일, 메신저, 택시 호출 등 일상이 멈췄듯 디지털 환경의 '심장'인 NCC1이 끊임없이 뛸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들이 모인 초대형 아파트다. 사용자의 인터넷 검색이나 온라인 쇼핑 등 작업을 처리하고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는 물리적 공간이다. 잠깐이라도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에 서버나 컴퓨터 장비, 통신 기기 외에도 예비 전력 공급 장치, 보안장치, 냉방시설, 소방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연면적 4000평이 넘는 NCC1은 지하 2층, 지상 6층에 이를 담고 있다.
데이터센터 핵심인 서버룸으로 향했다. NHN 자체 서버와 금융사, 공공기관 등 고객사들의 서버가 있는 곳이다. 들어가는 과정부터 까다로웠다. 보안 서약을 거친 후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기기를 입구에 맡겼다. 혹시 모를 정전기가 시설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발을 벗고 슬리퍼도 착용해야 했다. 보안을 위해 카드키와 지문을 입력한 후 한명씩만 들어가야 이중화문이 하나씩 열렸다. 금융사, 공공기관 서버들은 또 다른 개폐장치와 철창(케이지)을 열어야만 접근이 가능하다.
서버룸으로 들어가자 8개 서버실마다 최대 3500대 서버가 좌우에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차곡차곡 쌓인 서버 아파트 상부, 중부, 하부에는 초록색 센서가 붙어있었다. 서버룸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관리되는지 체크하기 위한 것이다. 작은 변화에도 서버 성능이 민감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온도는 18~27도, 습도는 20~60%로 유지한다.
박 팀장은 "서버룸 내 냉복도가 열복도를 구분해 열기가 재순환하지 않도록 냉각효율을 극대화한다"며 "또 옥상에 있는 공조장치에서 노즐을 통해 물을 뿌리고 식은 공기를 흡입해 열을 식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간접증발식 냉각시스템으로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고 전력사용효율(PUE)을 낮춘다. NCC1는 PUE를 1.2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평균 PUE는 1.5로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효율 100%를 의미한다.
온·습도 유지만큼 중요한 것이 끊임없는 전력 공급이다. 데이터센터가 심장이라면 이를 뛰게 하는 전력은 산소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력 소모량도 상당하다. 서버 1대당 1개 도시 가구와 맞먹는 전력량을 쓰는데 전체 서버 3만대가량을 돌리고 식히는 전기 소모량은 2400~3000킬로와트시(kW/h)로 매월 전기세만 억 단위가 나갈 정도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TCC는 한전 전용선로를 이용한다. 박 팀장은 "이중 공급망을 구축해 평소에는 동판교 변전소와 서판교 변전소에서 동시에 공급받다가 한쪽이 차단되면 다른 한쪽으로 부하가 집중된다"고 말했다.
한전에서 전력 공급이 막힐 경우 다이나믹 전원공급장치(UPS)가 작동한다. UPS실로 들어가자 마을버스 크기의 거대한 UPS 4대가 눈에 들어왔다. 트럭 여러 대 엔진이 동시에 돌아가는 것처럼 소음이 커 귀마개를 얼른 착용했다. 정전 시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은 같지만, 배터리에 의존하는 스태틱 UPS와 달리 다이나믹 UPS는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소형 발전기를 탑재해 자가발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소에는 전기로 발전기를 돌리면서 운동에너지를 저장해두고 정전이 되면 이 에너지로 10초간 백업을 한다. 다이나믹 UPS에 부착된 디젤엔진이 적정 분당 회전수(RPM)까지 도달하는 데 2초가량 걸리는데 그동안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디젤엔진은 데이터센터에 보관된 경유로 가동되는데 72시간 이상 전원공급이 가능하다.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스태틱 UPS보다 발화 요인이 적다.
박 팀장은 "배터리실을 따로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스태틱 UPS보다 5~6배 정도 비싸다"라며 "혹시 모를 화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디젤엔진에는 냉각 시스템과 화재 감지 설비가 설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강화 처리된 별도 공간에 보관된 경유 탱크에도 누유 감지장치, 소화가스 장치 등이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서버룸, UPS실, 수변전실 등을 둘러본 후 이 모든 시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종합상황실로 향했다.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모니터링은 데이터센터 구석구석을 초 단위로 비추고 있었다. 건물 내외부 CCTV 화면과 UPS 진동수, 경유 탱크 보관량, 전력 사용량, 서버 룸 온습도 등을 볼 수 있었다. 모니터링 화면 옆에는 뉴스 영상이 나온다. 날씨나 재해 상황 등을 체크하기 위한 것이다.
박 팀장은 "지난달 괴산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주말에 출근해 비상근무를 했다"며 "문제가 생기면 자체 인력과 함께 접근성이 좋은 도심형 데이터센터의 장점을 살려 고객사와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