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나만의 약비서 '나비' 개발기업 '더인츠'

더인츠, 약 복용시간 알려주는 '나비' 개발
"어르신에게 적합한 UI 개발 위해 노력"
"시니어 세대 중심의 디지털 문화 선도하고 싶다"

임기채 더인츠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더인츠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더인츠'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20대 청년 직원부터 50대 고참 직원까지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곳은 스마트 생활형 돌보미인 '나비'를 개발해 입소문 나기 시작한 곳이다. '나만의 약비서'라는 뜻을 가진 '나비'는 어르신의 복약 관리를 도와주는 스마트 기기다. 이용자가 약을 과다복용하거나 미복용할 경우, 음성 알림이 나와 적정량의 약을 제때 먹도록 유도한다. 이외에도 어르신과 보호자 간 영상통화 기능을 지원하는 등 어르신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무실 곳곳에는 하얀색 외관이 눈에 띄는 나비가 여러 대 배치돼 있었고, 한쪽 벽면 선반에는 나비를 통해 받은 특허증과 혁신제품 지정 인증서 등의 상패가 놓여 있었다.

2019년 더인츠를 설립한 임기채 대표(58)는 "대다수의 어르신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줄이고, 어르신들이 노후를 좀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나비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나비는 복약 관리 기능, 영상통화, 치매 예방 놀이, 건강정보 측정 기능 등을 제공한다.

당초 나비의 본래 명칭은 '욜빙(YOLVING)'이었다. '젊은 노인(Young Old)'을 뜻하는 '욜드(YOLD)'와 '러빙(Loving)'·'리빙(Living)'의 합성어로, '시니어에게 삶·사랑·젊음을 드린다'는 뜻이다. 그러나 임 대표는 어르신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제품의 명칭을 변경했다. 그는 "'욜빙'이라는 단어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아 '나비'로 명칭을 바꿨다"며 "어르신들이 고양이를 흔히 '나비'라고 부르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현재 욜빙은 더인츠의 BI(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사용되고 있다.

더인츠는 지난 5월 경기 가평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군내 독거 어르신 20가구에 나비를 설치해주기도 했다. 이곳에서 나비를 이용하는 어르신의 평균 연령은 82세다. 80대가 넘은 어르신들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임 대표는 어르신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나비에 단순하고 쉬운 UI(사용자 환경)를 설계해 적용했다. 큰 글씨와 쉬운 언어를 적용한 것은 물론 복잡한 과정을 없애기 위해 '3 터치 이내 구현'을 내세웠다. 어떠한 기능을 선택하건 3번 미만의 터치로 원하는 기능이 바로 실행되도록 했다. 임 대표는 "어르신에게 적합한 UI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나비를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시니어 세대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문화를 선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나비는 지난달 조달청 혁신제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임기채 더인츠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더인츠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나비를 이용해 화재를 초기에 진압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6월30일 집중호우와 낙뢰로 가평군에서 홀로 사는 최모 할머니댁 두꺼비집(배전반)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가정 내 전력이 끊기고 불이 확산했다. 당시 최 할머니는 나비의 전원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바로 가족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화재 상황을 알렸다. 이후 가족의 신고를 받고 곧바로 출동한 소방대원들 덕에 화재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다. 임 대표는 "나비를 개발한 저도 나비가 이렇게 활용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 사례를 기계로 나비에 119 신고 기능을 추가해 업데이트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더인츠를 설립하기 전까지 정보기술(IT) 업계에 35년간 몸담아온 베테랑이다. 그는 세종텔레콤에서 부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시니어 세대를 위한 기업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임 대표는 "한 회사의 부사장도 하는 등 어찌 보면 인생을 편하게 살아왔다"며 "그 과정에서 사회에서 받은 여러 도움을 베풀고 싶다는 생각에 제가 쌓아온 네트워크나 IT 지식을 활용해 더인츠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요즘 '웰 다잉(Well-Dying)'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이 늘었는데, 이는 어르신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저희는 어르신들이 삶을 재미있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기채 더인츠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더인츠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다음은 일문일답.

- 나비에 대해 소개해달라.

▲ 나비는 '나만의 약비서'의 약자로, 어르신의 삶을 케어해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일 중요한 기능은 복약 관리 기능이다. 어르신들이 약 복용을 까먹거나 두 번 복용할 경우, 이를 음성 알림을 통해 알려준다. 보호자 또한 실시간으로 부모님의 복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나비를 기획하게 된 이유도 90대인 저희 어머니께서 혈압약을 두 번 드셨던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나비를 통해 영상통화와 치매 예방 게임 등을 할 수 있다.

- 나비를 개발할 때 집중했던 부분은.

▲ 어르신을 대상으로 개발하다 보니 어르신 입장에서 사용하기 편한 인터페이스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기에 큰 화면과 큰 글씨 등을 지원하고 있고, 나비에서 이뤄지는 모든 과정을 음성 안내해준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복잡한 과정을 줄이고자 모든 기능을 3번의 터치 미만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 나비가 다른 시니어 서비스와 차별되는 특징은 무엇인가.

▲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나비를 통해 사진을 공유하면 어르신은 그 사진을 보면서 소통할 수 있다. 또 나비를 사용하면서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지만, 나비를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지는 거다. 우리의 목적 중 하나가 디지털에 대한 어르신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 시니어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제품을 기획한 이유는.

▲ 집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가 코로나19 사태로 경로당을 못 가시는 경우가 많아 답답해하셨다. 젊은 사람들은 메신저를 통해 지인과 연락하면 되지만, 어르신들은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할 수 없을지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또 제가 원래 IT 업계에서 일을 해왔기에 어르신 문제와 IT를 접목해보자고 생각했다.

- 올 10월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나비가 선정됐다.

▲ 직원들 덕이다. 우리 회사는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이 있다. 50대가 2명, 20대가 1명, 30대가 4명이다. 나비를 개발하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젊은 직원들이 짚어주고, 그들이 몰랐던 부분은 제가 짚어주면서 나비가 완성됐다. 나비를 기획한 저도 이 제품이 이렇게까지 잘 완성될 줄 몰랐다. 나비는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간 결과물이다.

- 어르신 돌봄 문화의 한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 정도가 된다. 결국 5명 중 1명은 고령층이라는 얘기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금도 생활지원사 1명이 평균 16명 정도의 시니어를 돌보고 있다. 결국 관리해야 할 어르신은 많아지고, 인력은 한계에 부딪히는 거다. 그렇기에 생활지원사의 업무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나비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고, 실제로 그들의 업무를 줄이는 데 나비가 많은 도움을 주면 좋겠다.

편집국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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