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천연가스 가격상한제 도입에 대해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합의에 또 실패했다.
EU는 21일(현지시간) 정상회의 첫날 결과 보도자료에서 "에너지이사회와 집행위원회에 추가적인 대책과 관련한 '명확한 판단'을 긴급히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앞서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천연가스 선물가격에 대한 한시적 상한선 적용과 발전용 가스 가격 상한제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포함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요구했다.
이는 정치적 의사결정 기구인 EU 정상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담당 이사회와 집행위에 해법을 찾으라고 공을 넘긴 셈이다. 전날 오후 3시께 시작한 첫날 회의는 자정을 넘겨 이날 오전 2시께 끝났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EU 최대 가스 소비국인 독일은 반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가격상한제 도입 시 "가스 공급자들이 다른 곳으로 판매하려 할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유럽은 오히려 가스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것이 가령 일본과 한국 등 다른 가스 소비국들과 EU가 서로 경쟁하지 않도록 긴밀히 협의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초오리도 트위터에서 "가격 상한제는 마치 바텐더에게 '나는 맥줏값의 절반만 내겠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가격상한제 도입을 요구해온 15개국은 EU의 단일 대응을 거듭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의 역할은 유럽 통합이고 독일 또한 함께해야 한다"며 독일의 협조를 요청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비공개회의에서 "EU 회원국 간 분열을 조성하는 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이며, EU가 통합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는 곧 '푸틴의 승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