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군사전문기자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미국 국방부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같은 빅테크와 손을 잡고 지휘통제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국방분야에 시뮬레이션, AI 등을 이용할 경우 전투를 효율화하고 훈련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의 자문기구인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실리콘밸리와 협력하지 않으면 중국에 뒤질 수 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NSCAI의 위원장인 에릭 슈미트 전 구글회장의 목소리가 담겼다는 평가다. 이후 미 국방부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증강현실 헤드셋 12만대를 의뢰하기도 했고 군 기관의 정보를 AI와 접목해 클라우드로 통합하는 미 국방부 ‘합동전투클라우드역량(JWCC)’을 추진중에 있다. 국내에서도 가상현실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장을 보기 위해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 항공시험장과 방산중소기업 네비웍스를 찾았다.
보스니아 내전을 그린 영화 ‘에너미 라인스(Behind Enemy Lines)’을 보면 정찰에 나선 미국 F-16전투기가 세르비아 민병대가 발사한 대공 미사일에 격추되는 장면이 나온다. F-16전투기는 날개에 대공 미사일을 맞았지만 화재로 인해 결국 추락한다. 선진국에서는 전투기를 만들 때 적의 미사일을 맞은 상황을 가정한 실험결과를 설계에 반영한다. 피격당한 전투기의 손상을 최대한 줄여 작전임무를 마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 항공시험장의 구조생존성시험동이 문을 연 것은 지난 2016년이다. 우리 군은 전투기 자체 개발을 시작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 설계를 많이 의지했다. 설계의 핵심인 항공시험기술이 가장 문제였다. 2005년 보잉사의 F-15K 도입사업을 계기로 절충교역이 진행됐고 우리 측은 미국에 항공시험에 대한 장비와 기술을 요구했다. 절충교역이란 해외로부터 무기·장비를 구매할 때 반대급부로 국산 부품을 수출하거나 관련 기술을 이전받는 교역 형태를 말한다. 절충교역 기술을 바탕으로 세워진 곳이 바로 지금의 시험동이다.
시험동은 2079㎡(629평)크기로 천장 높이만 18m에 달했다. 내부에 들어가니 주 시험장비인 발사체 관통 시험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공군이 전투기를 보관하는 돔형태였다. 시험장비 내부인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공군에서 제공받은 전투기 날개가 고정되어 있었다. 대공포나 대공미사일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탄을 발사해 전투기 날개의 피해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장이었다. 탄에 맞은 날개 정면을 보니 탄이 관통한 흔적이 동그랗게 선명히 드러났다. 뒷면을 보니 가로 30㎝, 세로 20㎝가량이 떨어져 나갔다. 전투기는 날개 안에 연료를 주입한다. 날개안에 연료가 가득찬 상태에서 탄이 날개를 뚫고 내부에 들어가면 내부 압력은 급격히 올라 파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김종헌 책임연구원은 "탄이 날개를 관통하거나 부딪힐 경우 불꽃이 발생하는데 분출되는 연료와의 시간이 겹친다면화재가 날 가능성은 크다"며 "이런 시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결과를 통해 날개의 소재, 두께 등을 설계 때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험장안에는 12.7, 20, 30mm 구경 3개의 총열이 준비되어 있었다. 헬기는 전투기와 달리 다른 탄을 적용한다. 전투기보다 저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더 작은 탄을 쏴 시험한다. 미국 공군의 경우 자체 항공 실사격시험장에서 다양한 시험을 진행한다. 시험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적용해 ‘현존 최강의 전투기’라 불리는 F-22 ‘랩터’와 F-35스텔스 전투기를 만들어 냈다.
전투기 소재에 대한 시험도 진행됐다. 고변형율 시험장비로 부품소재를 위아래로 잡아당겨 변형되는 정도를 시험중이었다. 이 시험결과의 데이터를 시뮬레이션에 적용할 경우 실제 시험을 하지 않아도 전투기의 피해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수압램건 시험장비는 탄이 날개를 명중시켰을 때 날개 반대쪽에서 밀려나오는 압력을 측정하기 위한 축소 모델이다. 압력의 세기를 보기 위해 날개 반대쪽에 달아놓은 T자 알루미늄을 달았는데 Y자로 휘어졌다. 그만큼 압력이 커 전투기 날개는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미국 최신예 전투기는 30mm 탄이 날개를 관통했을 때 5개의 베이(날개를 구성하는 하나의 셀)이상이 손상되면 안된다. 이런 시험 결과를 토대로 전투기는 전투손상메뉴얼도 만들어진다. 전투기 운용부대는 전투손상수리교범(ABDR T/O)을 보고 손상정도를 파악하고 임무수행여부를 결정한다.
시험동 밖을 빠져나오니 바퀴달린 컨테이너 박스 안에 대형원형틀이 있었다. 원형틀 두께만 족히 20cm가 넘어보였다. 이 원형틀 안에는 폭탄 파편흔적이 선명했다. 이 원형틀에서 TNT 100g을 터트려 다양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험장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는 서산비행장에서 이륙한 우리 공군의 주력전투기인 KF-16 전투기가 힘차게 이륙하고 있었다. KF-16 전투기가 임무를 마치기 위해서 우리 군이 항공테스트를 해야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