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거래에 '음란물급' 메뉴판까지...3년 만의 대학 축제 '몸살'

현수막·메뉴판에 '자극적 문구' 올해도 논란
"대학생활 묘미...어떻게든 구할 것" 축제 티켓 암표 성행
1만5000원 입장권 30만원까지 뛰어

최근 대전의 한 대학교 축제 주점에 걸린 선정적인 문구의 현수막과 메뉴판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사진=에브리타임 캡처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3년 만에 본격적인 대면 축제를 맞이하는 대학가가 각종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정적 문구를 담은 주점 현수막·메뉴판을 설치한 대학교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한편, 응원 축제 입장권 암표 거래가 성행하는 모양새다.

22일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전의 한 대학교 축제 부스에서 만든 주점 현수막과 메뉴판 사진이 올라왔다. 에브리타임에 사진을 게시한 작성자는 "다른 부스는 다 어디 과인지 써놨는데, 이것만 안 쓰려 있다"며 "부스 이름부터 메뉴까지 의도가 뻔히 보이는데 이번 축제는 도대체 누가 관리하길래 이걸 허락해줬냐"고 비판했다.

작성자가 올린 사진의 현수막에는 '오빠 여기 X 것 같아'라고 쓰여 있다. 글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가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다른 사진에서 메뉴판의 음식 이름은 음란 동영상 제목을 연상케 하는 문구가 담겼고, 메뉴판의 가격은 동영상 크기인 'GB(기가바이트)'로 표시됐다.

해당 글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자 누리꾼들은 "저걸 말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충격적", "2022년 사진 맞나", "미개하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대학 측은 해당 주점을 철거하고 부스를 기획한 학과 학생회 측에 반성문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축제에서 자극적인 문구를 현수막이나 메뉴판에 내걸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조선대학교 축제 당시에도 한 부스에서 주점 현수막에 '오빠 여기 X 거 같아'라는 문구와 '가격이'라는 작은 글씨가 쓰인 현수막을 내건 바 있다. 사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자 "누가 봐도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 "대학 축제 때마다 이런 사건들 논란돼서 뉴스 나오는 거 모르냐" 등 지적이 잇따랐다.

범죄자 오원춘과 고영욱의 이름을 딴 안주 세트를 내건 주점 사진이 퍼져 비판이 일자 이후 축제 일정을 모두 취소한 대학교도 있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자극적인 표현으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빗발쳐 축제 일정을 전면 취소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축제 당시 한 축제 주점에서 살인마 오원춘의 이름을 넣은 '오원춘 세트'와 당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복역 후 출소한 고영욱의 이름을 딴 '고영욱 세트'를 안주 이름으로 내세워 공분을 샀다. 온라인에는 "주점을 열기 전에 범죄 피해자나 유가족한테 미안하지도 않았는지 궁금하다", "징계 등 조치가 필요하다" 등 의견이 이어졌다.

논란이 일자 대학 총학생회 측은 해당 주점을 즉각 철수 조치한 데 이어 이후 예정된 축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해당 주점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방범포차를 기획한 의도는 범죄자들의 경악스러운 범죄에 경각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 '방범'이란 이름을 내걸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죄수들을 혼내주는 컨셉의 주점을 기획하게 됐다"며 "저희의 잘못된 기획으로 심적으로 많은 상처를 받으신 분들과 이 사건이 퍼져나감으로 인해 피해를 받으실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22일 연세대 대학 커뮤니티에 축제 입장권 거래 게시물들이 올라온 모습. 사진=에브리타임 캡처

그런가 하면 24일 연세대학교 응원 축제 '아카라카'를 앞두고 입장권 암표 거래가 성행하는 모습이다. 입장권은 추첨에서 당첨된 사람만 살 수 있다 보니, 추첨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암표를 구하는 것 말고는 축제에 입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축제가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신입생뿐만 아니라 축제를 경험하지 못한 20, 21학번 재학생들까지 수요가 빗발쳐 암표 가격대도 대폭 오른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커뮤니티에는 1만5000원의 입장권을 '30만원에 사겠다', '가격 부르는 대로 지불하겠다' 등 구매 글이 속출했다.

연세대 21학번 이모씨(21)는 "티켓 판매 글을 검색해봤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서 당황했다"며 "그래도 '축제'하면 대학 생활의 묘미 아닌가 싶어서 어떻게든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선배들이나 동기들도 어떻게든 구해보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세대학교 응원단 공지문. 사진=연세대학교 응원단 인스타그램 캡처

이 같은 분위기에 아카라카를 주관하는 연세대 응원단은 부정 티켓 거래에 대한 경고에 나섰다. 연세대 응원단은 지난 15일 인스타그램 공지문을 통해 "부정 티켓 거래는 엄연한 범법 행위"라며 "정가를 초과해 거래되는 티켓은 바로 회수 및 환불 처리되며 거래를 시도한 판매자는 향후 개최될 모든 아카라카 티켓팅에서 영구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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