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기자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제1 차관이었던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가 "한국은행 금통위원들이 올해 회의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긴축 기조에 대해 의견을 냈다.
김 대표는 지난 18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금리 인상 전망을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 부동산시장과 내수에 미치는 냉각 효과가 (환율보다) 더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내 통화 정책은 양국 간 기준금리 역전보다 경제 체력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1일(현지시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시장은 75bp(1bp=0.01%P) 인상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이 이뤄지면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2.25∼2.50%에서 3.00∼3.25%로 상승한다.
이 경우 한국의 기준금리(2.50%)를 웃돌아 금리 역전 현상이 재연된다. 미국이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금리를 4차례에 걸쳐 인상하자, 양국의 금리가 7월 말부터 한 달가량 역전된 바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다.
한국은행도 오는 10월 12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한다. 양국 간 금리 결정 기간에 3주의 시간 차이가 발생하면서 이미 외환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인다.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99.0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달러 초강세에 따른 이례적인 환율 급등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일본도 지난 14일 엔·달러 환율이 장중 144.96엔까지 오르며 심리적 저항선인 145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도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인다.
김용범 대표는 "금리 인상 폭이 환율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면서도 "지금의 환율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보다는 경상수지 추이나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결정요인 같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대표가 금리 인상 기조에서 국내 경제 체력을 언급한 이유는 최근 관심이 '환율'에만 집중된 경향이 커 자칫 가계부채 등 경제 취약점이 간과될 수 있다는 걱정으로 풀이된다.
그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후 행정고시 30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2017년 7월~2019년 5월) 가계부채 문제를 관리했고, 기재부 제1차관(2019년 8월~2021년 3월)으로서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초기 한국 정부의 대응 등 재직 시절 느꼈던 위기감을 담은 책 '격변과 균형'을 펴냈다. 정통 경제 관료인 그가 중요한 시기에 직접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 경제기구도 김용범 대표와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9일 발표한 '한국 경제보고서 2022'를 보면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6.6%로 조사됐다. 26개 주요국 가운데 5번째로 높다. OECD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고물가, 통화 긴축(금리 인상 기조)과 맞물려 경제의 취약성을 높이고 내수 경기를 가라앉힐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경기는 예상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OECD는 한국의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2.8%, 내년 2.2%로 각각 수정 전망했다. 지난 6월 전망과 비교하면 올해 성장률을 0.1%P 올렸으나, 내년 성장률은 0.3%P 내렸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2%, 내년 3.9%로 예상했다. 이는 직전 전망한 수치보다 각각 0.4%P, 0.1%P 높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