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송종구기자
영남취재본부 이세령기자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송종구 기자,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권한대행체제의 종지부를 찍는 지방선거에서 거뜬히 이기고 지난 7월 1일 1년 가까이 선장을 잃었던 ‘경남호’의 조타를 잡았다.
경남도청 사무관부터 시작해 합천군수, 김해시 부시장, 창원시장, 마산·창원·진해 통합창원시장, 국회의원(창원 의창)에 이르기까지 뼛속까지 ‘경남사람’인 그를 지방시대를 활짝 열어야하는 마당에 경남이 소환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중앙 정치 무대만이 그를 정치 신인처럼 취급했을 뿐 박 지사는 화려한 경력의 행정통이자 혁신가로 읽혀진다. 창원시장 때 대한민국 최초 공공자전거 정책인 ‘누비자’를 탄생시켰고 ‘환경수도’ 창원이라는 도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창출 등 그의 개혁적 시정들은 영국 시티메이어즈재단이 ‘개혁 시장’ 랭킹을 부를 때마다 단골로 세계시장 TOP 명단에 그를 올렸다.
민선 8기 도지사로 취임한 박완수 지사는 “경영행정 경륜으로 고루 잘사는 복지 경남을 만들겠다”고 한다. CEO형 행정전문가로 통하는 박 지사가 취임 두 달을 넘기고 본지의 질문에 지역 발전 방안, 혁신 전략 등 경남의 이러저러를 풀어놨다.
Q. 경남은 타 시·도에 비해 도지사 권한대행체제가 잦았다.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일은?
- 그동안 정치인 출신 도지사가 정치적 사심으로 도지사직을 이용해왔다. 준비되지 않은 도정 공백은 경남경제와 도민 삶의 질 저하의 원인이 됐고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이 떠안았다.
경남이 더 이상 개인의 정치적 행보에 휘둘려선 안된다. 경남 발전과 민생 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한눈팔지 않고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도지사가 되겠다.
취임 직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경제되살리기’이다. 주력산업 부진으로 개인소득이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근 고용률과 실업률도 나빠졌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창업도 활성화하겠다. 항공우주산업과 원전, 방위산업 등 비교우위 산업은 선택과 집중해서 장기적 플랜을 만들겠다. 기계, 조선, 자동차산업 등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수소와 차세대 원전,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신산업도 육성할 계획이다.
Q. 수도권 다음의 경제력을 지녔던 경남의 재도약을 위해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했는데?
-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투자유치에 있다. 경남은 조선·기계 등 전통적인 제조업 외에도 항공우주산업, 방위산업, 원전산업 등 대한민국 핵심산업의 집적지인데다 진해신항, 남부내륙고속철도, 가덕도신공항 등의 물류·교통환경이 한층 더 보강되면서 최적의 기업입지로 떠올랐다.
투자유치자문위원회와 투자유치전담기관을 구성해 기업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생각이다.
투자유치에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정보이다. 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을 비롯해 SK, 롯데, GS건설, LG전자, CJ, 두산에너빌리티, 포스코, BNK, IBK 등 대기업의 전·현직 CEO와 임원출신, 금융가 등 17명의 역량있는 위원으로 투자유치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기업과 투자 유치의 첨병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략수립과 실현을 위한 자문, 잠재적 투자기업의 프로젝트 검토, 대기업·외투기업의 투자정보 파악, 수도권의 투자기업 발굴 및 투자유치에 대한 홍보에 힘쓸 것이다.
투자유치단은 경제부지사 직속으로 배치했고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경남투자경제진흥원 설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대규모 투자기업 특별지원, 투자촉진보조금 확대와 임대료 지원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불합리한 규제 해소와 기업투자 성공지원센터를 통한 부지선정, 정책금융 지원, 행정처리 등 원스톱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
Q. 사천에 항공우주청을 설립하게 됐다. 서부경남을 중심으로 한 항공우주산업 발전 계획은?
- 경남은 국내 항공우주산업 최대 생산거점으로 2020년 국내 생산의 69.9%, 우주산업 분야에서 40.4%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우주청 설치는 정부 국정과제에 확정됐고 조기 설립을 위해 국회와 중앙부처 등과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민간 주도 우주개발 역량 강화와 항공우주산업의 자생적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우주클러스터 지정도 추진하고 있다.
미래 우주 분야 핵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민간과 기업, 시장이 중요하다. 장기적 비전에 기초한 전략을 수립하고 민간 중심의 기술혁신을 이끌도록 하겠다. 큰 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양성을 통해 세계적인 혁신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
Q. 재정 건전성 문제와 채무 1조원을 떠안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 최근 4년 동안 부채가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증가했으며 이건 정상적인 채무관리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상황을 돌이키고자 도지사 취임 후 편성한 올해 2회 추경에서 지출 재구조화를 통해 채무 904억원을 조기 상환하는 등 재정 개혁을 시작했다.
내년 당초 예산도 건전재정을 기조로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이다.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도민에게 필요한 사업인지 따져보고 불필요하고 효과가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비하겠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의 10% 정도는 채무 상환에 우선 반영해 누적된 채무를 줄일 계획이다.
또 도지사가 바뀌어도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재정이 지출될 수 있도록 경남형 재정 준칙을 마련해 지속 가능한 건전재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Q. 경남교육청과 내년 급식비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 중인데 무상급식 분담률은 어떻게?
- 경남도는 한정적인 재원으로 복지사업과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는데 재정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도 채무는 1조원이 넘고 시·군도 8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정부까지 내년도 예산에 대해 고강도 긴축재정을 예고해 재정에 비상이 걸렸고 각종 현안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에 반해 도 교육청은 채무도 없고 재정안정화기금을 1조원 넘게 적립하는 등 우리 도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최근 급속한 물가상승으로 식자재값 인상도 불가피해 우리 도와 18개 시·군의 재정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재정 여건을 교육청에 전달하고 학교급식을 포함한 교육협력사업 전반에 대한 분담률 조정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과 원만하게 합의해 양질의 학교급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
Q. 도민과 직접 소통하고자 ‘열린 도지사실’을 운영하기로 했는데?
- 도민 의견을 도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해왔다. 도민과 소통을 늘리기 위해 찾아오는 민원을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응대해야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지난 8월 중순부터 도청 본관 1층에 공간을 마련해 열린 도지사실을 운영하고 있다. 민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대해 나가고 필요한 경우 도지사가 직접 만날 것이다. 도민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도민 중심으로 도정을 펼치겠다.
Q. 도지사공관을 도민 관광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 도지사 관사와 도민의 집은 많은 청년과 도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확실한 테마를 정해야한다. 지난 6월부터 도민 의견을 수렴해 복합문화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도민의 집은 가로수길과 연계한 청년문화 대표 공간으로 조성하고 도지사 관사는 활용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구체적 계획은 9월 도민 공청회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시설 투자에 앞서 현 시설 그대로 개방한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도민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도지사 관사와 도민의 집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도 개발해 나가겠다.
Q. 퇴임할 때 박수받으며 떠나고 싶다고 했다. 도민이 생각하는 박수 칠만한 도지사상은?
- 도정에 열정을 다한 도지사, 진정으로 도민만을 위해 일한 도지사로 기억되고 싶다.
경남도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창원시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재선 국회의원까지 정통행정가 출신이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려고 한다.
어려워진 지역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물론 지역별 강점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미래세대의 먹거리들을 탄탄히 준비해놓겠다. 또 도민이 주신 성원에 부응해 겸허한 자세로 도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다.
Q. 도민에게, 함께 일할 이들에게 한마디?
- 함께 일하는 공무원은 물론이고 지역 정치인, 기관 등 많은 분이 힘을 모아주셔야 한다. 공직자들은 변화의 바람이 낯설고 힘들 수 있지만 그만큼 도정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도민의 삶이 더 나아진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도민 여러분을 도정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신뢰와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 경남 경제를 회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도민들께 희망을 드리고 떠나고 싶다.
영남취재본부 송종구 기자 jgsong@asiae.co.kr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