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다른 나라보다 몇 배나 더 강력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적연금 제도를 통합 운영하는 '동일연금'을 추진해야 한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민·당·정 토론회에서 "올해 기준으로 국민연금 재정을 새롭게 추계한 결과 2056년에 기금이 모두 소진되고, 70년 뒤인 2092년까지 누적적자가 2경265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만 32세인 1990년생이 65세가 되는 2055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당초 국민연금 고갈 시점으로 전망된 2057년보다도 1년 더 앞당겨진 결과다. 국민연금공단은 2008년부터 5년마다 재정 계산을 하고 있는데, 2013년 3차 재정추계에선 기금이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이 2044년, 기금 고갈 시점은 2060년으로 제시됐다.
2018년 4차 재정추계에선 적자연도와 고갈연도가 각각 2042년과 2057년으로 단축됐다. 누적적자도 당시 재정 계산을 토대로 전망됐던 70년 뒤(2088년)의 적자규모 1경7000조원보다 5600조원 가량 늘어났다.
윤 연구위원은 "누적 적자액이 늘어난 것은 지난 추계로부터 4년이 흘러 증가분이 있는데다, 출산율과 경제 변수 등 주요 가정치를 최근 변화에 맞춰 상당히 보수적으로 계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합계출산률은 2018년 계산 당시 가정보다 훨씬 밑돌고 있고, 향후 70년간 평균 4%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기금운용 수익률도 올 들어 -4.7%로 크게 손실을 보고 있다.
그러면서 "(이전 정부부터) 국민연금 기금에 950조원이 쌓였다고 낙관하는데, 이는 가려진 정보에 속는 것"이라며 "앞으로 지출할 연금액이 2500조원이고, 2092년에는 누적 적자가 2경2650조원에 이를 수 있는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현행대로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 체제가 유지되면 청년 1명이 노인 5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윤 연구위원은 "2021년 출생률이 0.81인데, 이는 26만명의 미래세대가 70만~100만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연금제도 개혁을 미루면,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또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대로 기초연금을 현재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2090년 지출이 478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치도 내놓았다.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유지할 때의 지출 전망(359조원)보다 119조원이 더 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지출 추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금개혁의 방향으로는 소득이 있는 경우 연금 의무 납입기간을 현행 만 59세에서 64세로 연장해 노후소득 강화 효과를 기해야 한다고 봤다. 또 기여방식 연금제도인 국민연금은 점차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고, 정부 재정으로 충당되는 기초연금 역시 선별적이면서도 노후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쪽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윤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에 보험료를 지원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며 "중단기적으로는 공적연금 제도를 통합 운영하는 '동일연금'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윤 연구위원 외에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조규홍 보건복지부 제1차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등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안 의원은 "(연금개혁을) 문재인 정부 때 시작했어야 하는데 그때 나온 안을 포퓰리즘적인 생각으로 폐기한 게 문제"라며 "이번 정부에 더 많이 부담이 오게 됐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는 것도 윤석열 정부의 시대적 과제이자 소명"이라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