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병천사 충혼' 우리 마을의 역사로 우리가 함께 만든다

김용섭 광주 서구 금호1동 주민자치회장

“역사는 항상 새롭게 다시 쓰이며, 따라서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이다” 역사학자 칼 베커의 명언이다. 필자는 이 문구를 우리에게 주어진 유산을 잘 가꾸고 오늘의 것으로 활용해야 역사와 문화유산이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역사가 깃든 장소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던져준다. 일단 문화유산을 계승·발전시켜 나가며 특정 집단의 주체성이 향상되고, 구성원들의 소속감 역시 고취된다. 이에 더해 역사자원을 발굴·정비함으로써 지역에 이야기가 쌓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더할 수 있다. 공간이 상품화되는 오늘날 지역발전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금호1동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이 하나 있다. 서슬퍼런 일제 강점기 1924년, 지응현 선생이 민족정기를 되살리기 위해 건립한 서원인 병천사다.

백석산 기슭에 위치한 이곳은 아파트 숲 사이에 고즈넉한 그 자태를 숨기고 있다. 고려 말 충신 정몽주를 비롯한 충신 5인의 위패를 모신 영정각이 있는 곳 앞쪽 너머로 유생들의 기숙 공간이었던 동재와 서재가 있다. 그 아래쪽으로 강당인 존심당을 볼 수 있다. 이토록 유서 깊은 공간 중 존심당은 그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광주 유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돼 있다.

병천사는 건립 초부터 나라를 위한 충혼을 기리며, 이후 많은 지역인재 배출을 위해 힘써왔다. 실제로 지난날 많은 고시생들이 유생들의 기숙공간인 동재와 서재에 머물며 그 꿈을 달성했다고 한다.

시대가 흐른 지금 공간은 일반에 상시 개방되지 않고 대신 매년 음력 3월 13일에 광주향교 유림에서 합동으로 제사를 지내며 충혼을 기리고자 했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신혼부부를 위한 야외 결혼식 대관 장소로 활용되고 정기적으로 전통음악 공연이 있을 때는 일반에 개방된다고 한다.

도심 주거단지에 이같이 역사를 품은 장소가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드물 것이다. 금호1동 주민자치회는 이곳에 우리 마을의 특색을 입혀 오늘의 우리 모두에게 다시 가져오고자 한다.

우선 병천사를 통해 충혼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여 마을의 학생들과 아이들, 나아가 모든 주민들이 그 정신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더불어 우리 동네 먹자골목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발굴 추진해 유서 깊은 이곳을 다시 마을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협의·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이제는 다양한 개별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대로 소소한 이야기와 마을만의 특색이 어우러져 독특한 공간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행정기관이 중심이 되어 통일적으로 이뤄졌던 기존의 문화유산 발굴과 정비방식은 주민 중심의 개별적인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금호1동 주민자치회는 우리 마을의 유산인 병천사를 주민 스스로 가꿔나가는 장으로, 병천사의 역사와 전통에 우리만의 소소한 이야기를 덧씌워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고 그를 통해 우리 동의 새로운 역사를 쌓아 소중한 자원인 병천사의 충혼을 우리 마을의 역사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 우리 다음 세대에게 잘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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