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황은혜씨(32·가명)는 최근 홀서빙 아르바이트생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씨는 시급을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렸음에도 지원하는 이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일손이 부족해 힘들다"며 "요즘은 직원 구한다는 글을 올려도 게시물 조회 수가 워낙 낮다. 아르바이트(알바)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호텔·음식점·카페 등 대면 서비스업의 구인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에 해제된 이후 손님이 늘었으나, 일손은 이전만큼 충원되지 않으면서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는 최저시급을 웃도는 임금을 제시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구인난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은 치솟는 물가에 인력마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이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알바 구직 공고는 지난해 1분기보다 40.2% 늘었지만, 지원자는 1.3%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직원을 구하는 자영업자들은 많아진 반면 알바를 하려는 이들은 적어진 것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시급을 올리는 중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등록된 알바천국 구인 공고 중 시급 공고는 55.8%를 차지했으며, 해당 공고들의 평균 시급은 1만35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행 최저임금인 9160원보다 1194원 높은 수준이다.
청년들 사이에서 구인난이 벌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청년인구의 감소가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인구는 859만5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07만 3000명과 비교했을 때 47만 8000여명 감소했다. 청년층은 대학생·취업준비생 등이 포함돼 대면 서비스 관련 알바를 가장 활발히 하는 연령대다. 청년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긴 했지만, 올해만 전년 대비 20만4000명(2.3%) 줄어드는 등 그 속도가 최근 들어 빨라졌다.
젊은층의 성향과도 연관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경우 자신만의 시간을 중시해 단기 알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 취업에 도움 될 수 있는 경험을 쌓길 원하기 때문에 단순 노동 위주의 일자리가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실업 급여나 청년 지원금 등 각종 정부 지원이 두터워지면서 알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청년들도 있다. 취업 지원 제도가 잘 돼 있어 알바를 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구직활동에 전념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업무 강도가 높은 고깃집·술집의 경우 인력을 구하기 더욱 어려워져 시름이 깊은 상황이다. 고깃집을 운영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통해 "요새 직원이 왜 안 구해지는지 모르겠다. 시급 1만2000원에도 안 구해지는데 이 시급보다 더 높게 줘야 하는 거냐"고 토로했다. 해당 글에는 "시급이 높아도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직원이 안 구해져서 결국 서빙 로봇을 대여했다", "저도 시급 1만4000원에 겨우 사람을 구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41조2000억원 규모의 맞춤형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유동성 공급(10조5000억원), 경쟁력 강화(29조7000억원)와 재기지원(1조원)에 향후 2년간 41조2000억원 규모의 맞춤형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