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재기자
[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식음료·바이오 산업 등에 사용되던 웰크론한텍의 농축설비가 2차전지 소재 분야에 적용되면서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기술 자체는 10여년 전 개발됐지만,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핵심 소재 재활용을 통해 안정적인 원료 수급과 배터리 제조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전기차 시장 확대 등으로 2차전지 원자재 확보 경쟁이 심화돼 해당 설비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산업용 플랜트 및 종합 건설기업인 웰크론한텍은 2016년 수산화리튬 농축·결정 설비 공급을 통해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웰크론한텍의 농축설비는 원료 용액의 농도를 높이거나 수용액 속 특정 성분만을 고순도로 분리·결정화하는 데 쓰인다. 이를 응용한 용제회수설비는 습식분리막 제조 공정 중 발생하는 폐MC(메틸렌클로라이드) 혼합용액에서 순수한 MC와 오일을 증류·정제해 회수하는 설비다.
국내외 주요 분리막 제조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앞다퉈 용제회수설비를 도입하고 있다는 게 웰크론한텍의 설명이다. 중국 ‘상해에너지(SEMCORP)’ ‘금력 뉴에너지 주식회사(GELLEC)’ 등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글로벌 분리막 제조사들이 대표적이다. 상해에너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EV(전기자동차) 배터리 분리막 공급업체인 창신신소재의 자회사다. 이들 대부분은 웰크론한텍의 용제회수설비를 통해 하루 평균 수백t의 MC를 재활용해 비용 절감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웰크론한텍의 용제회수설비가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받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해당 기술을 통해 2차전지 분리막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리막은 2차전지에서 양극재에 이어 두 번째로 원가 비중이 높다. 이 중 MC는 분리막 필름에서 오일을 제거할 때 쓰는 유기용매로, 습식분리막 생산에 필수적인 고가의 소재다. 과거 폐MC를 단순 재사용할 경우에는 분리막 수율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용 후 대부분 폐기처분됐다.
반면 용제회수설비를 활용하면 오일과 MC가 섞인 폐용액에서 MC만 고순도로 회수해 99% 이상 재활용이 가능하다. 웰크론한텍에 따르면 자사의 용제회수설비는 타사 설비에 비해 부지면적을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 높은 일일 처리량을 소화하도록 한다는 강점이 있다.
배터리에 대한 환경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부터 배터리 내 재활용 원자재 비율을 규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배터리 원자재의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안'도 연내 발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자원순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웰크론한텍은 2차전지 가격을 결정하는 양극재 소재를 정제·재활용하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설비도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배터리 원가 절감의 측면에서 리튬, 니켈 등의 희귀 유가금속을 효율적으로 정제·재활용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웰크론한텍 관계자는 "농축결정설비는 스팀을 재이용하는 에너지 절감기술과 고효율 연속식 설계를 토대로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94% 절감할 수 있어 유관 기업들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설비 문의가 늘고 있다"며 "분리막 용제회수설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설비 등 회사의 농축결정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2차전지 소재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